도사님! 스승찾아 삼만리

▲ 황상운 그림

세상 이치를 알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실 스승님!
박중빈은 자신도 구하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스승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수소문도 해보고, 길가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

'도사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재주를 갖고 있으니, 그를 스승으로 모시면 세상 이치를 알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하루는 주막을 옆에 끼고 지나가려는데 볼품없는 남루한 차림새의 사내가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칠 것인가? 내 평생 스스로 알리라."

중국 제갈공명의 한시를 큰소리로 읽는 것이 박중빈의 귀에 들어 온 것이다.
박중빈은 제갈공명이 신통묘술을 부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에 그 사내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나 사내는 헤진 누더기 옷에다, 얼굴은 검고 여기저기 종기가 나서 영락없는 상거지다.
그런 사람이 어려운 한시를 술술술 읽는 것이 수상쩍었다.

"옳지, 도사는 보통 사람을 피하기 위해 변장했는지도 몰라."
박중빈이 마음속으로 도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뵙기에 보통 어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말씀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젊은이는 누군데 날보고 소중한 말씀을 부탁하오?"
"이유야 집에 가서 듣기로 하고 일단 저희 집으로 가시죠."
"좋소, 갑시다."

중빈이 도사로 생각한 사내를 집으로 모시고 며칠을 같이 지낸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아무 재주가 없는 가난뱅이에 떠돌이다.

중빈이 스승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우주만물의 이치와 생사고락의 이치를 시원하게 가르쳐 줄 분은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고 스승 찾아 삼만리를 걷고 있는 것이다.

집안일은 양씨 부인에게 맡긴 채 오로지 구사고행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아버지 박성삼과 어머니 유정천도 중빈이 안타깝고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느날, 산에서 도를 닦아 신통력을 얻었다는 선비의 이야기가 들린다. 그 무렵 온 나라가 어지러운 세상이라 글 좀 아는 선비들이 깊은 산 속에 숨어 살면서 도를 닦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을 때라 이따금 도사이야기가 퍼지곤 한다.

아버지 박성삼은 선비가 있다는 곳을 수소문 끝에 찾아서 집으로 모셔와 중빈의 스승으로 모신다.
"선생님, 내 아들 중빈에게 우주만물의 이치와 생사고락의 이치를 터득시켜 주시오."

"좋소. 아드님이 나에게 배운다면 오래지 않아 신통묘술을 얻을 것이오. 그렇지만 댁에서는 나에게 황소 한 마리를 예물로 바치시오."

"황소 한 마리가 문제입니까? 아들의 소원만 성취 할 수 있다면야 더한 것도 바치리다."
아버지 박성삼은 바로 아들을 불러 그 선비에게 인사를 올리게 한다.

"얘야, 이 자리에서 스승과 제자의 예를 갖추는게 어떠하냐?"

"아버지, 제가 이 어른께 절을 드리는 것은 마땅하지만, 오늘은 보통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는 것이므로 먼저 어르신께서 뜻과 능력을 펴보이신 다음에 예를 갖추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천성이 어떤 일이든 신중을 다하는 성품이라 중빈의 말에 선비의 얼굴이 빨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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