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복강녕(壽福康寧)코스와 채식코스, 추가메뉴로 구성
행복한 음식 만들기 통해 건강과 편안함 염원

▲ 정광희 대표.
부산 도심 속의 자연음식전문점 진미정(珍味亭). 광안리 금련산 역에서 5분, 좋은 강안병원에서 3분 거리다. 우측에는 성베네딕토 수녀원이 자리잡고 있어 청아한 느낌마저 준다. 흰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정갈함이 깃들어 있다. 소품 하나 하나에 주인장의 마음씀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리에 앉아 차림표를 살펴보았다. 수복강녕(壽福康寧)코스와 채식코스. 추가메뉴로 죽, 야채샐러드, 잡채, 녹두전, 쭈꾸미 초무침, 해물전, 새우볶음밥, 갈비찜, 쇠고기 구이, 오미자 버섯탕수가 있다. 건강과 편안함을 염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광희(51) 대표는 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자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면서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했다.

"자연에서 온 것을 조합하여 가장 자연스럽게 조리하여 먹었을 때 건강해 집니다. 이런 음식들은 맛이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은은하고 깊이 있는 맛이 납니다. 젊은 친구들과 나이드신 분들이 모두 좋아해요."

이러한 그도 자연음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경험이 있다. 5년전 진미정을 개업하면서 오랜 병치레에서 벗어났다. 자연 음식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할때마다 힘이 솟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침 7시30분부터 음식 준비를 한다. 점심은 12∼3시, 저녁은 5시30분∼10시까지.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 정리가 끝난 후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 때 까지 피곤한 줄 모른다. 이것은 자연이 주는 힘이다.

"음식을 통해서 얻은 병은 음식으로 낫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만큼 정성을 안 들일 수 없어요. 기대하고 온 만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늘 갖죠. 손님들에게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요."

그러면서 그는 손님들이 오감을 통해 신선한 공기, 물, 햇빛을 함께 먹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입으로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낌으로 먹고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들과 마음으로 교감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연 음식은 다른 부가요소를 덤으로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음식과 주방을 떠나지 않았지만 음식을 정갈하고 자연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에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어요. 음식에 대해 몰입하면 할수록 식재료들과 교감이 깊어져요."

그는 식재료들을 고귀하게 바라보아야 제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요리는 손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스를 만들 때도 자연의 소리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초근 목피를 이용해 다양한 소스를 직접 만들고 있어요. 자연음식전문집에 걸맞게 저희 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실감하기 위해 구근류 샐러드와 홍시 소스 샐러드 만드는 과정을 지켜 보았다. 준비된 식재료들을 접시에 담을 때 나름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색을 간직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자연의 색은 수수하면서도 화려했다. 산야의 푸른 잎과 뿌리채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천연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라 싱그럽다

"구근류 샐러드는 마, 고구마, 야콘, 사과 위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뿌리고 그 위에 돈나물, 씨앗채소들을 얹어요. 홍시소스 샐러드는 연근, 오디, 양상추, 적양배추, 비트, 적 치커리에 홍시와 솔순 효소, 계피, 황기뿌리 등을 끓여 발효시킨 소스가 곁들여집니다. 특히 인기가 있는 잡채와 갈비찜에도 자연의 숨소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소스를 사용하죠. 이밖에도 오디, 오미자, 복분자 소스도 음식재료에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진미정 정식(15,000원), 채식코스(20,000원), 수 코스(20,000원), 복 코스(30,000원), 강코스(40,000원), 녕코스(60,000원)에 다소곳이 들어 앉은 연잎약밥과 정갈한 반찬 또한 그의 정성스러움이 배어있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식 요리사의 길을 걷다보니 식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 고유한 향이 사랑스럽습니다. 채소의 경우 생김새 만큼이나 들려오는 소리가 달라요. 어류와 육류를 손질할 때는 진급하기를 기원합니다. 식재료들을 저와 같은 개념으로 보니 거부감이 없어지고 행복한 음식만들기가 돼요. 음식을 드시는 분들에게 이 음식이 약이 되어 건강하기를 염원합니다."

그의 노력은 부산의 특징을 가진 음식 개발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간절히 원한 결과다. 부산은 바다가 가깝고 좋은 산들이 펼쳐져 있어 해산물이 싱싱하고 산야초가 풍부한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

"특징있는 자연 음식에 대해 1년 정도 연마하던 중 어느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그 답을 얻었어요. 생각하고 있던 요리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몇가지로 정리가 되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접대와 내빈들을 위한 코스요리와 선 수행 음식, 의례음식 개발을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의 바람이 의미있게 들리는 것은 '밥상이 건강이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테이블 매트에 쓰인 '생명을 담은 밥 한그릇'이 그 대답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식재료들의 특징을 잘 살린 약선요리는 건강한 삶과 직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후식으로 나오는 오디차 한 잔을 마시면서 자연의 깊은 맛을 느껴본다.
▲ 홍시 소스 샐러드.
▲ 수복강녕 코스 요리중 하나.
▲ 구근류 샐러드.
▲ 테이블 매트.
▲ 백련초 물김치.


■찾아 오는 길

지역내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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