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이 시작되는 교화 공간, 모두가 즐거운 곳

▲ 언덕 위의 서귀포교당과 최근 완공한 서귀원광노인복지센터 전경.
▲ 김주원 교정원장의 센터 방문.
▲ 서귀원광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쳤다.
서귀포교당은 서귀포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밤8시 어둠과 함께 불이 켜지는 서귀포 앞 바다의 밤은 고요하다. 그 고요를 벗 삼아 하루를 마감하는 신종희·양성훈 교무와 서귀원광노인복지센터 가족들.

복지와 연계한 교화

최근 서귀포교당에서 운영 중인 서귀원광노인복지센터가 교당 아래쪽에 보란듯이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0월 완공한 이 센터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연면적 1049.98㎡이다. 1층은 사무실 외 공동 사용 공간, 2층은 주야간보호시설, 3층은 입소시설, 4층은 요양보호사실을 갖췄다.

서귀포교당은 1999년 4월 교당 봉공회를 창립하고, 5월에 제주원광요양원 부설로 서귀포재가노인복지센터(이하 복지센터)를 시청에 등록했다. 교당교화와 더불어 지역사회 교화를 함께 해 나갈 계획인 것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랑나누기 콘서트와 집 고치기 사업, 독거노인 반찬봉사와 방문요양 등의 사업을 꾸준히 실시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7일 월요일 아침. 신종희 교무는 "20여 분 거리인 중문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 방문 목욕을 시켜야 한다"며 목욕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오늘 방문목욕을 주로 담당할 김은영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을 보면 젊어서 살아온 나날들이 눈에 보인다"며 "평소 말벗이 없다보니 2~3분만 이야기해도 마음을 열어 우리들에게 마음을 온통 의지한다"고 경험을 말했다. 조그마한 서비스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 놓지 않는 어르신들. 그들의 노후를 복지센터가 앞장서서 돌보고 있다.

서서히 그러나 상설 가동 중

복지센터의 운영 목적은 '새 삶이 시작되는 집'이다. 직원들은 어르신들을 살필 때 나의 가족처럼 대하며,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드리고, 어르신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을 받아들여 세심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다.

신종희 교무는 "매일 아침 직원 공사와 한 달에 한번 직원법회를 통해 교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주간보호 어르신들은 아침에 오면 차를 한 잔 씩 드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한다"고 소개했다. 주간보호 어르신들은 기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양성훈 교무는 "법문 한구절을 소개하고 심고를 모실 때 어르신 한분 한분의 이름을 불러주면 즐겁고 편안하게 하루를 잘 지내신다"고 말했다. 요즘은 일원상서원문과 염불을 할 정도가 됐다. 또 법문을 읽어 주고 어르신들에게 '뜻을 알겠느냐'고 물어본 후 법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좋은 말씀 들으니 마음이 살아나고 편안하니 좋아진다"고.

양 교무는 복지센터 어른신들이 혹 열반을 하게 되면 어르신을 위한 천도독경도 빼 놓지 않는다. 가족들에게는 49재를 지낸다는 연락을 하고 참여 여부는 묻지 않는다.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도재의 인연으로 초재부터 종재까지 꾸준히 참여하는 가족도 생겨났다.

복지센터의 어르신들은 양 교무에게 "나도 죽으면 그렇게 해 줍소. 보기 참 좋소"하며 기도하고 독경하는 모습을 칭찬한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원불교를 인식시키고 교화와 연계해 간다.

현경허 복지사는 복지센터에 대해 "우리 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섬나기 소속으로 주·야간보호팀, 방문요양팀, 방문목욕팀, 재가지원서비스팀, 노인돌보미팀으로 나눠 상설 가동 중이다"며 "요양보호사, 복지사와 봉사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활기차게 말했다.

현 복지사는 "요양 1등급 어르신들이 집에 계실 때는 밥도 못 드시더니 이곳에 오면 밥을 드시면서 기운을 차리며 삶의 의욕을 보인다"며 "어르신들 회복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작은 변화에도 감동이 이어지니 복지센터는 날마다 새 삶이 시작되는 곳이 된다.

지역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제주도의 교화상황은 척박하다. 그나마 원광어린이집을 통한 어린이 교화와 복지센터를 통해 교화를 열어가고 있다. 양 교무는 "제주도 사람들은 원불교가 좋다는 것은 다 인식하고 있다"며 "훗날 종교를 갖게 된다면 꼭 원불교에 다니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역정서를 말했다.

교당에서는 대각개교절을 기념해 칠순 팔순 구순 공동 생일잔치를 열었다. 홀로계신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노래공연을 했다. 또 5월17일에는 한국마사회와 함께하는 농어촌 어르신 테마기행을 육지로 다녀왔다.

크든 작든 제주에서는 무엇이든지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콩도 나누고, 계란도 나누고, 그 흔한 감귤도 나눈다. 끊임없이 교당에서 나눠줄 때 마음을 열고 그들도 교당을 향해 무엇인가를 가져온다. 지역민과 인정이 건네다 보니 천주교인도 초파일에 쓰라고 초를 보내온다. 또 잔치를 했다고 떡도 가져 오고, 나눔을 통해 마음이 통하니 가족이 된듯하다고.

양 교무는 "처음 교당에 와서 4축 2재를 했는데 행사를 마치고 나니 남는 음식이 하나도 없어 왜 그런가 봤더니 육지와 달리 남는 것은 다 싸서 가져가는 문화였다"고. 이후 양 교무는 하나하나 가르치며 소통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교도들은 "교무님 것은 따로 둘 줄도 알고, 가져 올 때도 비닐봉지 대신 채반이나 상자에 격식을 차려서 가져온다"고 말했다. 교도들은 10년을 근무한 신 교무에게 "이제 정들었으니 어디 가지 마소"하고 마음을 표현한다. 서귀포교당 교무들은 강요를 하면 더 멀어지는 지역정서 때문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모든 일을 해 가고 있다. 특히 제주의 '괸당문화', 즉 인맥을 중시하는 지역정서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친척 중 원불교에 다니면 그 가족은 모두 원불교에 다니기 쉽다. 또 가족 중에 신심있는 사람이 있으면 모든 가족이 신심을 갖게 된다. 마치 그물코를 잡으면 그물 전체가 따라 올라 오듯한다는 말이다.

요즘 서귀포교당 교무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그래서 새벽 4시30분에 일과를 시작한다. 어르신 돌보랴, 밀감 밭 돌보랴, 일반교화 챙기랴…. 제주 지역에서 복지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며 영육쌍전을 실행해 가는 모습이 흡사 교단 초창기 모습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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