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지식 없는 사업 투자, 지양해야"

교단 단체 감사 통해 후배 양성 절감
교당은 순수한 교화 공간으로 사용돼야

개봉교당 김성철(59) 교도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 방배동에 있는 혜산세무회계사무소에 들어서자 그는 본연의 업무에 여념이 없다. 걸려오는 전화에 성실히 답변을 한다.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그의 업무는 계속됐다. 세무사로서 그의 직업 의식이 느껴진다. 책장에 손때 묻은 세무회계와 관련된 책들이 빼곡하다는 것은 그의 일상을 말해준다. 업무가 마무리 되자 업무용 책상에서 벗어나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는다.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자유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바쁠때는 바쁘지만 퇴근시간 또한 자유롭습니다. 정년퇴임도 없어요. 한가한 시간에는 교단에서 맡은 감사일을 보기도 하지요."

그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주요 업무는 법인신설, 연말정산, 법인전환, 세무조사, 증여세·상속세·양도세·소득세·부가세·법인세 신고 등이다. 조세 컨설팅 업무도 담당한다. 여기에는 23년간의 국세청 근무에 이어 10년간의 세무회계 사무소 운영이 큰 힘이 됐다. 이로인해 교단 단체에 그의 손길이 미치는 곳이 많다. 그가 교단 감사를 맡고 있는 곳은 사회복지법인 원봉공회, (사)삼동청소년회, (사)한울안운동,(사)함께하는 사람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를 비롯하여 다수 있다.

"단체장들과의 인간관계로 감사를 맡는 경우가 있으나 이제는 법적으로 적절하게 잘 대처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젊은 교도들 중에서 변호사나 전문적인 회계사와 세무사가 있다면 업무를 맡겨야 합니다."

그가 후배 양성을 강조하는 것은 교단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다. 교단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그는 보고 있다. 형식적인 감사를 하다 보면 나중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그가 감찰원에 대해서도 재가 교도 참여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것은 그가 그동안 겪어온 경험담이라 설득력이 있다. 그는 교단 투자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기업 사이클은 옛날 만큼 길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식을 투자하여 과실을 얻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부동산 임대 수입도 안정적인 수입이 되지 못해요. 계속 오른다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교당 건물 일부 임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보았다. 건물 임대수입이 수익률도 좋지 않지만 계속 임대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교화 공간으로 써야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희사받은 땅 중 일부는 교화를 위해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교단적으로 일어난 어려움들은 너무 안이한 인식들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교화에 비전이 있으면 자금은 확보되게 되어 있어요. 교화에 투자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콘셉트를 교화에 맞추어야 됩니다. 교단과 교구가 재정과 교화면에서 튼실해야 단위교당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원불교청년회장을 비롯 교도회장을 하면서 무수히 느꼈던 문제다. 사업에 비중을 두기 보다 교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떨림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교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밖에도 교단 전무출신들의 복지와 후생문제, 재가 인재양성 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교단적으로 어려운 교당 교무들의 용금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중앙총부의 예산을 넓혀가야 합니다. 이것이 해결이 안되면 교화에 열의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전무출신 후생 부분도 어느 정도 잘되고 있지만 후생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재가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기도금을 통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단적인 인재를 키울려면 효율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교단의 구조적인 문제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그는 교단 발전을 위한 조언이라고 밝혔다.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해결해 나가야 될 부분이기도 하다.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교단 교화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동안 오류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각오 없이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세월이 가면 잘되겠지 하는 것보다 교화에 도움이 될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으면 합니다."

사무실 주위를 살펴보았다. 벽면에는 도미덕풍 액자와 달마도가 우선 눈에 띈다. 책장에는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를 모신 액자가 모셔져 있다. 한쪽 벽면 모서리에는 일원상과 촛대, 향로가 보인다. 사무실이 그의 기도실이 되는 셈이다. 그는 업무를 보는 중간에도 "마음을 비우고 주인이 되며 은혜를 심는 생활을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교단 사랑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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