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49: 원불교 교무님들은 왜 가사를 입지 않나요?

답 : 의미를 말씀드리기 전에 일반인들은 원불교라 하면 흰 저고리와 까만 치마, 쪽진 머리를 한 '정녀'(여성 교무)의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도 하고, 탈북여성의 복장같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민족종교로서 교조이신 소태산대종사가 당시부터 남녀평등을 내세운 진보적 성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원불교가 불교 스님들이 입는 기다란 가사를 목에 거는 간결한 '법락'으로 바꾼 데는 형식을 붙들지 말고 본질로 바로 들어가라는 불상을 일원상으로 하신 대종사님의 가르침이 거기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포교 등 원불교의 세계화를 앞둔 시점에서 교무님들의 복장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가사를 '분소의(糞掃衣)'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똥이 묻어서 버린 천으로 만든 옷'이라는 뜻인데 부처님이 설법하시던 영취산이라는 곳이 바로 시신을 버리는 곳으로 그 시신을 쌌던 천이나 버려진 천 조각을 기워 가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조계종에는 품계에 따라 7조 가사부터 25조 가사까지 있는 데 출가한지 오래된 스님의 가사일 수록 기운 천의 조각 수가 많은 것입니다. 조계종 승려의 가사는 '괴색(壞色)'인데 이는 시신을 쌌던 천 조각에 황토로 물을 들여 원래 색을 뺐기 때문에 얻어진 색이고 이는 '무아(無我)와' '무소유(無所有)'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불교 태고종의 가사는 붉은 색인데 이는 '부처님의 피'를 의미하며, 피나는 수행을 상징합니다. 신부님들의 검정 옷은 죽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신부들은 일종의 사제복(祠祭服)인 검정 옷을 입고 이 땅에서의 죽음, 세속에서의 죽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을 찾아 가는 것이라고합니다. 추기경 수단의 붉음은 '순교자의 피'를 교황 수단의 흰색은 '하나님의 대리자'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신부들의 로만칼라의 앞이 트이고 거기로 드러나는 흰 칼라의 네모난 모양은 "내 뜻대로 살지 않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게 하소서" 라는 간절한 기도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반면 개신교 성직자의 자유로운 복장에는 신도와 성직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제사장'이라는 형식과 계급, 차별에 대한 타파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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