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속성, 변과 불변

소동파가 달 밝은 밤 유배지인 황주의 적벽 아래에서 배를 띄우고 노닐 때에, 손님 한 사람이 과거 조조가 주유에게 공격을 당하던 적벽대전을 생각하고 일세의 영웅들도 흔적이 없이 사라지듯 하루살이와 같은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였다. 이에 소동파가 화답을 하니 그 중 일부가 바로 '대개 그 변하는 것으로 보면 천지도 한 때를 그대로 있지 아니하고, 그 불변하는 것으로 보면 만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다'이다.

세상 만물이 모두 허망하게만 느껴진다는 제자에게 대종사께서 소동파의 <적벽부>중 일부인 위의 글귀를 내리시며 연구해 보라 하신 말씀이 이 14장 법문의 내용이다.

살아가면서 어느 날 문득 허무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인데, 그 마음 저변에는 영원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모든 물질은 지·수·화·풍 사대에 의지한 것이다. 우리의 몸도 다만 사대의 일시적인 화합일 뿐이며, 현상계의 모든 것은 매순간마다 생멸 변화한다.

대종사께서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만물은 생노병사로, 사생은 육도로 변화를 한다고 하시어 내용 따라 크게 분류해 주셨지만, 세밀하게는 어느 것 하나 한 순간도 고정됨이 없다.

그렇다면 이 모든 변화는 무엇이 들어서 작용하는가? 지수화풍 사대를 모아 내 육신을 만든 그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들어서 말하고 듣고 무상함을 느끼는가? 보고 듣고 앉고 서고 말하며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지 소소영령하게 보는 이것은 무엇인가? 지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주체는 무엇인가?

정산종사께서는 '이 세상은 변하는 이치와 불변하는 이치로 이룩되어 있나니, 우주의 성주괴공과 사시의 순환이며 인간의 생로병사와 길흉화복은 변하는 이치에 속한 것이요, 불변하는 이치는 여여 자연하여 시종과 선후가 없는지라 이는 생멸 없는 성품의 본체를 이른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어느 것 하나 고정됨이 없어 '이것'이라 할 것이 없으나, 천만 변화를 주재하는 그 바탕 된 참 실상은 수억 겁을 통하여 한 번도 죽어본 일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하여 죽지 않는 것이다.

과거 부처님께서도 "천지를 볼 때에도 무상(無常)으로 생각하고 만물을 볼 때에도 무상으로 생각하고 세계를 볼 때에도 무상으로 생각하라. 그 중에 오직 영각(靈覺)의 성품이 무상하지 아니하여 여여 자연 하나니라"하시고 이와 같은 관법(觀法)을 가지면 빨리 도를 얻게 되리라 하셨으니 부지런히 연마하여 생사문제를 해결할 일이다.

<성지송학중학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