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자를 극진히 숭배하는 사람도 불보살
공도자를 극진히 숭배하는 사회, 낙원세계
수희공덕 쌓고, 조불불사 공덕자 되자

공도자는 불보살

▲ 이종화 교무/부산교구 부산진교당

어렸을 때 총부 예회를 보고 오신 할머님과 어머님께서는 설법 내용을 꼭 내게 이야기해주시곤 하였습니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들었지만 가끔 생각이 나면서 그 이야기들의 깊은 뜻이 떠오르기도 하고 삶에 큰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법회를 보고 오셔서 집 앞 골목이나 마당 청소를 할 때 '우리 집 앞 골목이나 마당을 청소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한다'고 생각하며 청소를 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시골에서 자란 우리에게 좀 더 큰 안목을 갖고 살라는 뜻도 있었던 것 같고 어떤 행위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할머님과 어머님 세대는 일제 식민시대와 6·25를 겪으시는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원불교를 만난 행복감으로 정말 기쁘게 사셨습니다. 그 분들은 원불교를 만난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셨고, 법회를 통한 깨우침이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린 나에게 예회에서 들은 법문을 전해주셨고 또한 이웃에게도 전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그 분들 세대는 공부는 물론 교화도 역시 행복감이 넘쳐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희심과 능동적인 마음가짐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신앙문에 사은 사요(四恩四要)를 밝혀주셨습니다. 특히 신앙문은 어떤 의무감 보다는 환희심과 능동적인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회상을 만난 기쁨과 우리 법을 공부하는 기쁨 없이 의무조항만으로 인식할 때 우리의 삶을 짓누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의무감 속에 부족함을 절감하고 퇴굴심에 사로 잡혀 있는 나를 발견하며 꽃발신심 초발신심을 챙겨봅니다. 오늘 함께 공부할 '공도자 숭배' 조항도 의무감이 아닌 신앙적인 환희심과 능동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정전(正典)〉 맨 첫 장인 총서편 제1장 개교의 동기에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고 우리 원불교를 여신다고 밝혀 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원불교인들은 각자 개인의 행복이나 성공보다도 일체 생령의 행복을 생각하고 전체가 성공하는 광대무량한 낙원을 서원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사요 실천을 통한 광대무량한 낙원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의무감이 아닌 환희심과 능동적인 마음가짐으로 소박한 실천을 기쁘게 여기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우리 교법을 제정하시고 특히 사요(四要)법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꿈을 심어주셨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대산종사님께서는 '사요는 세상을 고루는 대종사님의 대경륜이시요, 포부요, 대철학'이라고 거듭 강조하시며 개인적으로는 자력생활, 배우는 생활, 가르치는 생활, 사회에 유익을 주는 생활을 부촉하셨고 세계적으로는 세계종교연합기구(UR) 창설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인적인 사요의 실천에도 정성을 다해야겠지만 범 세계적인 모색과 문화적이며 제도적인 실천에도 공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정전〉 교의편 제3장 사요의 제4절 공도자 숭배 조항을 두 가지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공도자를 숭배하여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자는 것이며 또 하나는 우리 각자도 공도 정신을 체 받아서 공도를 위하여 활동하자는 것 입니다.

먼저 공도자를 숭배하여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자는 내용에 대하여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정전〉 원문에 보면 공도자 숭배를 극진히 하면 공도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하시고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도리로써 숭배하라고 하셨습니다. 즉 공도자 숭배는 공도자 숭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목적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을 소홀히 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공도자를 부모님처럼 극진히 숭배하라시며 그 방법을 강조하셨고 결과는 자연히 나타나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공도자 숭배는 적당히 잘한다고 칭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극진히 숭배하는 우리 원불교인들의 신앙이어야 하며 불공이어야 합니다.

〈정전〉 원문에 보면 '우리 각자도 그 공도 정신을 체 받아서 공도를 위하여 활동하자는 것이니라'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공도자 숭배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는데 목적도 있지만 우리 각자가 공도정신을 체 받아 공도 생활을 하자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즉 공도자 숭배는 공도정신을 체 받는 길이며, 우리 각자가 공도자가 되는 길인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대종사님을 극진히 숭배하며 대종사님을 닮아가듯이 말입니다.

또한 대종사님께서는 이 공도자 숭배 조항을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자'라고 요약해주셨고(일상수행의 요법9조) 평소 '신심과 공심'을 가장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우리 모든 인류가 공익심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고 공익심이라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도자는 특정한 사람이나 지위에 있는 분이 아니라 공익심이라는 마음가짐에 따라 괭이를 든 농부도 공도자요, 마치를 든 공장(工匠)도 공도자며, 주판을 든 점원도 공도자요, 정사(政事)를 잡은 관리도 공도자입니다.

우리 모두 신심과 공심으로 공도자 숭배를 극진히 하여 수희공덕(隨喜功德)도 쌓고, 공도자를 많이 나오게 하는 조불불사(造佛佛事) 공덕도 쌓고, 마침내 우리 각자도 공도를 위하여 활동하는 공도자가 됩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