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기쁨이여!

▲ 황상운 그림
박중빈은 아직도 입정상태 그대로다. 그는 긴 골짜기를 헤매고 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별빛 하나 없는 밤이다.

어디서 한줄기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구름이 걷히고 밝은 달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다. 삼라만상의 모습이 훤히 드러난다.

박중빈도 서서히 깨어난다.
이른 새벽이다. '꼬끼오' 장닭이 홰를 치며 먼동을 보내고 있다.

봄날의 새벽 공기가 중빈을 감싸 돌고, 옥녀봉 초록향기가 코끝에 스며온다. 머리가 맑아지며 몸은 가볍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운이 솟는다. 그래서 사립문을 나선다.

초롱초롱 별 하나가 산봉우리로 별빛을 쏟아낸다.
우주 만물이 힘찬 생명의 고동을 울리고 있다.

오! 황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기쁨이여!
휘황한 진리의 불빛이여, 온 누리에 가득하여라.

갑자기 중빈의 몸에 밝은 기운이 휘감기고 있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그 때다. 대기속의 흰 빛줄기가 파고든다. 드디어 천지만물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의 가슴속에 굳게 뭉쳐 있던 의심의 덩어리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천지만물의 온갖 조화, 영원히 살아있는 진리며 인생요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하리 만큼 모든 것들이 한줄기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질서 있게 자리를 잡는 것이다.

봄바람에 달이 뜨니
온 누리 밝아오네.
새벽별이 초롱초롱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어주네.
만유가 한 몸이구나!
숨결 고운 꽃이로다.
열렸구나 열렸구나
밝은 문이 열렸구나

중빈의 입에서 기쁨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박중빈은 어제와 다른,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온갖 의심들이 풀린 그의 가슴 속에는 천지 만물의 형상과 이치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주도 둥글고, 만물도 둥글고, 온 세상이 다 둥근 모습 그대로다.

일년 삼백 육십 일에
사시 사철 돌아와서
산은 또한 산이 되고
물은 또한 물이 되어
천지만물이 되었도다.

깨달음의 노래가 술술술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기쁨을 억누를 수 없어 옥녀봉을 단 숨에 오른다. 마을에 새벽안개가 자욱이 깔린다.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다.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이것 저것 생각에 잠긴다. 이젠 막힘이 없다. 해답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대막대기에 정기를 불어넣어 부처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20년동안 고통의 그늘에 가려있던 기쁨이 한 번에 밀어닥쳐 그를 어쩔 줄 모르게 한다.

박중빈! 만인의 햇님, 달님, 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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