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물의 조화와 능력

유정물(有情物)은 '중생'이라고 부르는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그 심신 작용을 따라 육도의 변화를 하기 때문에 각기 생(生)의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바위나 흙과 같은 무정물에게도 과연 생의 요소가 있을까?

현대 물리학에서 물질의 궁극적 기본 입자인 미립자가 형상이 없는 '정보와 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냈다고 하니, 무정물이 생의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관념이라 하겠다.

대종사께서는 세상의 유정 무정이 모두 생의 요소가 있으며,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영원히 죽어 없어지지 아니하고 백억 화신을 나투며 온갖 조화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셨다.

사람이 죽어 땅에 묻으니 썩어서 땅을 비옥하게 하고, 그 땅에 심은 곡식이 잘 되고, 그를 다시 사람이 먹게 되어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고 보면 형상이 없는 성품의 본체만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형상이 있는 만물도 다만 그 모습을 바꿀 뿐 이 우주 안에 영원한 것이다.

'토비와 대소변을 과실 밭에 부어 주면 좋은 과실이 열게 되고, 논에 묻어주면 나락이 잘 되지 않는가. 그러면 좋은 과실을 열게 한 것이나 논의 나락을 잘 되게 한 것도 곧 그 토비와 대소변의 조화요, 능력이라 아니할 수 없나니, 사실로 그와 같은 조화와 능력을 부린다면 그 어찌 죽었다고 할 것이냐?'

'지수화풍으로 말하여도 불생불멸하여 만물을 조성하는 권능과 위력을 반드시 가졌나니, 저 무정한 풀 한포기, 나무 한 주라도 지수화풍 사대의 합력이 아니고는 그 천품을 발휘치 못하고 곧 말라버리는 것을 보면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보라! 제 아무리 좋은 과실나무라도 만일 비옥한 흙(지), 우로의 혜택(수), 따뜻한 기운(화), 공기의 융통(풍) 등 사대가 구비치 못한다면 어찌 저 혼자 싹을 내고 꽃을 피며 열매를 맺게 할 것인가.'

'우주 내 일체 만상 유정, 무정이 모두 조물주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지수화풍 사대의 모임으로 인연하여 유정, 무정이 다 각자 습관의 종자를 따라 그의 기능을 발휘하여 남에게 유익도 주고 해독도 주는 가운데 날과 해가 가며 일생 내지 천만 겁을 지내게 되는 것이다. 이 어찌 신기하지 아니하며 현묘하지 아니하랴.'〈이공주 수필 회보 64호〉

정산종사께서는 우주만유가 모두 영과 기와 질로 구성되어 있다 하시고 천지는 대령(大靈)이요 식물도 대령에 합하여 있다고 하셨으니, 천지 안의 일체 만물이 신령스럽지 않은 바가 없다.

성지송학중학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