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해덩이, 달덩이다!

▲ 황상운 그림
"누가 되었든 무엇이고 물어보시오. 의문이 있다면 물어보시란 말이요."
중빈은 무슨 질문을 받아도 대답 할 자신이 생긴다.

천구백십육년 사월 스무여드레!
먼동이 트는 봄날의 아침

중빈의 나이 스물여섯이다.
그는 노루목에서 그 날의 둥근 해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나날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훑기 시작한다.
'아! 이 꼴이 뭐람? 이 옷 좀 봐.'

고통스러움이 역력한 몰골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사람들 속에 부처도 있고, 성현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옷이 남루하고 내 모습 또한 이렇게 추한 것은 웬일인가?'

그는 머리를 빗고, 손톱도 깎고, 얼굴도 씻는다. 배가 고파옴으로 아침밥도 챙겨 먹을 때다.
마침 그를 돕고 있는 아낙이 들어온다.

"아니, 이 어르신이 누구신가요?"

아침 햇살에 광채가 솟아나는 박중빈의 얼굴을 본 아낙이 휘둥그레 눈을 뜨며 놀라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내, 양씨부인이 머물고 있는 구호동 집으로 쏜살같이 달린다.

"장기촌 댁! 장기촌 댁!"
사립문을 들어서자마자 양씨부인의 택호를 부른다.

"왜 그런대요?"
"어른께서 오늘 아침에 이상하게 달라졌어요."
"달라지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제 병이 나으셨나 봐요. 얼굴도 씻고, 옷도 갈아 입으시고, 조반도 드셨답니다.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이 해님이고 달님 같이 훤해졌다니까요."

"뭐요? 그이가…."
"아니 우리 아들이."
아낙의 말에 놀란 양씨부인과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믿어지지 않는 듯 허겁지겁 노루목으로 달려간다.

"어머님, 여기를 어떻게 오셨어요."
광채 솟는 얼굴에 인사하는 말투 부터가 예사 아들이 아니다.

"우리 아들이 다른 세상에 가 있다가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왔구나. 어디 한번 만져보자."
어머니는 달덩이 같은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여보, 당신이 이렇게 새롭게 변하다니.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무엇을 그리 신기하게 보시오? 별일이구료."
새 사람이 된 중빈은 아내에게 짐짓 퉁명하게 말하고는 환한 웃음을 띤다.

"어머님, 그동안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부인도 고생 많았소이다. 이제는 괜찮으니까 걱정 마시오."
양씨 부인의 얼굴에서도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새롭게 태어난 박중빈은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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