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단 생각하면 교화가 보인다"
처지와 발원에 따른 교화단 조직 우선
단원들이 단장을 모셔야 하는 이유

푹푹 찌는 무더위를 단숨에 날려 줄 만큼 시원한 교화법이 있을까. 대뜸 A4용지 9장을 내밀며 '원불교 교법에 환장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원남교당 정성권(45) 교도. 용산 하이원빌리지에서 만난 그가 건넨 자료에는 '첫 조단의 훈련, 교화단 조단방법, 단장 중앙의 성장, 조직도' 등 교화단을 연구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까까머리 중학생 때 동이리교당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줄곧 만덕산훈련원, 수계농원, 정전마음공부, 서울시민선방 등 교법을 체득하기 위해 안 해본 공부가 거의 없다고. 그런 그가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교화단법'이라며 "대종사님의 교법을 꽃 피울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원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교화는 어떤 것일까.

"우리 교사에는 분명히 '단의 종류를 처지와 발원과 실행을 따라 구분하기로 하고, 9인으로 1단을 삼고 단장 1인을 가하여 공부와 사업을 지도 육성케 한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이 조단법이 공부와 사업을 진행하는데 법맥을 여의지 않으며 교화성장을 이끌어내는 비결입니다."

이유는 교구마다 교당마다 단원들의 처지와 발원이 제각각이므로 교화단을 억지로 꿰맞춰 조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단원들의 처지와 발원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교화단 구성을 위해 먼저 할 일이라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교화단의 개성을 살려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단장'이라며 특히 '단장을 모셔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재 교화단은 각자가 단장이 되어 단원을 만들어서 그 단원을 지도 육성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가 단장이니 나의 지도를 받아라'라고 했을 때 선뜻 마음을 내서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나 단장을 모시면 이미 단원들의 마음에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와 사업을 지도 육성하는 것이 수월할 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분을 단장으로 모신다는 자부심은 교화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원기77년에 서울교구 청년회장직을 수행하며 각 교당에 청년 공부모임을 주선했던 경험을 실례로 들었다. 청년들을 모아서 당시 고려대학교 최희공 교수를 지도위원으로 삼고 서울 시민선방에 수요선방을 조직한 것이다.

"그 당시 제가 공부를 주선했을 때는 사실 한 걸음도 나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존경하는 분을 모시고 공부를 시작하자 파급효과는 엄청났습니다. 교화력의 판도가 금세 바뀌었으니까요. 교단 초창기 최도화 선진같은 분들의 교화력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 분 혼자 힘으로 힘찬 교화력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대종사님을 모시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절로 자랑이 되어서 활력 넘치는 교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의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단장을 모시는 것이 결국 사요를 살리는 길이라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단원입장에서는 공도자숭배를 실현하고 지자본위를 실행하는 것이요, 단장입장에서도 타자녀교육을 실행하는 것이며, 단원을 단장으로 길러내자니 자력양성을 힘써 행하는 법입니다."

그는 현재 우리 교단이 안고 있는 병의 근원이 사요가 살아나지 못함에 있음을 지적했다. 단장을 가함으로써 사요를 살리게 되니 이 어찌 묘방이 아닐 수 없느냐는 것이다.

"이 회상이 어떤 회상입니까? 정신·육신·물질로 무궁무진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바늘로 살짝 건드려 주기만 해도 '팡' 하고 터질 준비된 교단입니다."

"교화단만 생각하면 밝은 미래가 상상되어 결코 머뭇거릴 수 없다"는 그는 그래서 요즘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교법실천개벽단 활동을 하며 교화단을 노래 부르고 있다. 또 처지와 발원, 실행을 함께하는 청년교화단 조직과 일반교도를 단장으로 모시기 위한 교법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고집스럽게 교화단으로 우리 교화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정작 '28수(각항저방심미기…)의 순서를 응하여서 단장과 중앙을 길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산종법사님이 2만개의 교화단을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교당에서 저장( 長) 만 나와도 700명 이상의 교도를 확보합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심장(心長) 4명만 나와도 2만 교화단은 가능하죠."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교화단 조직도'로 빠져든다. 그의 앞에는 진정한 교화의 맛에 도달하기 위한 교화자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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