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국과 명부사자

죽음에 이르러 가장 긴요하게 챙겨야 할 것이 청정일념인데, 그를 방해하는 제일 요인이 곧 '착심'이다.
천도를 위한 법문에 착심에 대한 경계의 말씀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염라국'과 '명부사자'의 참 뜻을 밝혀 애착심의 위험을 경계해 주셨다.

'염라국'이란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저승을 뜻한다. '명부사자'는 염라대왕의 명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잡아가는 일을 한다.

전래되어오는 이야기로는 저승에 가면 명부시왕이라 하여 열 명의 왕이 있어서 죽은 사람을 심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실재 하기보다는 비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산종사께서도 명부시왕(冥府十王)이란 진리계의 시방(十方)을 말한 것으로, 시방 세계에 가득한 신령하고 밝은 진리가 우리의 선악 죄복을 빠짐없이 조감하고 있다는 뜻이며, 일직사자 월직사자란 해와 달이 번갈아 흐르고 흘러서 죽음과 심판을 재촉한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대종사께서는 염라국이 곧 '자기 집 울타리'요, 명부사자는 '자기의 권속'이라 하셨다.

마음의 힘이 없는 보통 사람은 죽은 후에도 평생을 같이했던 가족들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하여 영이 자기 집 울안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때마침 집안에 사람 몸을 받을 기회가 없으면 울안에 살고 있는 가축이나 곤충류의 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영혼은 일단 육신을 벗으면 새 몸을 받고자 하는 기질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 몸을 받을 기회가 없으면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마음의 힘이 없는 보통의 영은 빨리 새 몸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며, 더구나 정견(正見)을 하지 못하고 전도몽상이 되므로 축생의 세계가 아름답게 보여 그만 그 세계로 탁태되어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가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일하고 걱정하고 기뻐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죽어갈 때에도 그들로부터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얽매여 속박이 된다.

그러나 불보살들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서 천하를 한 집안으로 삼고 육도 사생을 한 가족으로 여기며, 무슨 방면으로든지 그들에게 복과 지혜의 길을 열어주는데 주력하시기 때문에, 생을 마치고 떠날 때에도 시방 삼계를 자유로 가고 오게 되는 것이다.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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