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에서 밀가루 300t을 트럭 13대에 싣고 8월27일 오전에 북한의 개성을 방문했다.

통일부는 8월13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에게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방북을 승인하고 두 번째로 종교인 모임의 방북을 승인했다. 천안함 사태 후속 조처로 남북의 교역과 교류를 금지한 5월24일 이후 식량이 육로로 북한에 운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종교인 모임은 원불교를 비롯 개신교·불교·천도교·천주교 등 5대 종단이 참여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남북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을 인도적으로 돕기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정부를 설득해왔다. 종교인모임은 애초 8월17일 방북신청을 했으나 물자 전달의 투명성 확보 등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통일부가 불허하자, 개성 시내 육아원 1∼2곳을 직접 방문해 밀가루를 나눠주겠다고 서류를 보완해 방북승인을 받아냈다.

김대선 문화사회부장 등 종교인모임의 각 종단 대표들은 방북에 앞서 종교인 150여 명과 함께 파주시 임진각에서 '밥은 생명이고 사랑입니다'란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들이 식량난을 겪는 북한동포들에게 밀가루를 전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천안함 사태 이후 거의 중단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색된 남북관계에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트고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종교인들이 나섰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금강산·개성 관광사업 중단, 천안함 사태 등으로 정치적 위기가 있다하더라도 우리 종교인들은 북한을 인도적으로 도와주는 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홍수피해가 심각해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식량사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지 모르는 이 때에 북녘 동포들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한 인도적 지원'에 국한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앞으로 확대되고, 이를 통해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일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선 부장은 개성을 다녀온 후 "이번 대북 지원을 계기로 추석을 전후하여 남북 적십자를 통한 이산가족 만남을 재개하는 등 평화통일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종교계에서 나설 때,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정치도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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