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차를 들면서 심신 정화 염원"
도심속의 자연 공간, 음악회와 책자 발간 - 약선 가미한 소스, 계절별 장아찌 선보여

▲ 이두용 대표(오른쪽)와 아내 정연옥 교도.
▲ '그대발길 머무는 곳에'전경.
현대인들은 흙냄새, 나무냄새, 꽃냄새를 그리워한다. 자연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거리와 상관없다. 여기에다 맛있는 음식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있는 전통한국음식공원 '그대발길 머무는 곳에'는 이런 요소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한마디로 도심속의 자연공간이다. 주변에는 내원사, 통도사, 도자기 공원 등이 있다.

"음식점을 한지 6년째 접어들었지만 양산시내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 입간판을 보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부산 사는 분들이 많이 다녀가죠. 여기 오는 분들이 감동을 받고 좋은 느낌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영양과 음식의 참맛을 위해 식재료 구입과 메뉴 개발을 직접 합니다." 이두용(법명 원경· 60) 대표의 말이다.

그는 매일 새벽 부산 반여동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 식재료를 살핀다. 계절별로 나오는 신선한 식재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식재료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손님들에 대한 예의다. 재료가 좋아야 음식의 맛이 좋다는 것이다.

잠시 후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는 단호박 오리 훈제요리(40,000원)가 차려졌다. 단호박 크기에 놀랐다. 뚜껑이 열린 단호박에 훈제오리가 들어 있었다. 황토가마에서 50분 이상 고온으로 구워낸 것이니 만큼 구수한 냄새가 났다.

"오리 훈제요리에 쓰이는 단호박은 공급자가 별도로 있습니다. 영농조합을 통해 구입하죠. 2.5kg 이상만 사용하니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당도가 높아 저온창고에 보관합니다. 이런 부분이 애로점입니다."

연이어 상에는 직접 밭에서 가꾼 유기농 쌈채, 겨자소스, 간장과 청미래 우린 물로 담은 배추 물김치, 비트의 붉은 옷을 입힌 무슬라이스, 겉저리, 야채샐러드, 잡채, 묵은지와 어울린 두부보쌈 등이 놓여진다. 새콤 달콤한 반찬들이 밥상을 풍부하게 한다.
▲ 단호박 오리 훈제요리.

약선요리 연구를 위해 남해지역을 다녀온 안주인 정연옥(55)교도가 늦게 합석했다. 그로부터 소스 이야기를 들으니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전해져 온다.

"우리 콩으로 두부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콩물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소스를 만드는데 첨가됩니다. 겨자소스와 야채 샐러드에 들어가면 특별한 맛을 냅니다. 약선 쪽에 신경을 쓴 결과입니다. 야채는 중금속 해독에 중점을 두고 청미래 우린 물에 씻습니다."

훈제오리를 먹고 나면 직접 담은 된장으로 만든 된장국과 간단한 밑반찬이 나온다. 봄의 전령사인 달래찌를 만났다. 고추장을 머금은 달래찌를 한점 먹을때 입맛 가득 향내가 넘쳐난다. 이뿐만 아니다. 그때마다 조금씩 나오는 찌의 종류는 10여 가지. 정 교도는 음식 이야기에 신이 났다.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1년내 쓸수 있는 장아찌를 계속 담습니다. 3월달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계속됩니다. 달래, 가죽, 콩잎, 뽕잎, 부추, 깻잎, 두릅, 달래, 취나물, 씀바귀, 마늘쫑, 오이, 곰치 등 다양합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담는 찌도 있습니다. 찌를 음식으로 내다 보니 옛 맛을 느끼려는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발효된 음식은 입맛을 살려줍니다."

이런 찌는 간편한 점심 메뉴인 시골상(10,000원), 야채를 위주로 한 웰빙 정식상(15,000원), 영양과 품격을 갖춘 전통 한정식(25,000원), 단호박 영양밥(40,000원), 단호박 해물찜(40,000원), 옻오리 닭백숙(35,000원), 한방오리 닭백숙(35,000원), 오리불고기(30,000원), 묵은지 두부전골(30,000원), 두부보쌈(25,000원) 등에 골고루 나온다.

점심식사를 끝낸 후 이 대표를 따라 주변 경관을 살펴보았다. 눈이 시원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야외특설무대 앞에서 그가 발길을 멈췄다. 매년 보은 차원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는 곳이다. 차를 마실 수 있는 모정을 지나 잘 가꿔진 연방죽을 살펴본다. 곳곳에 심어진 야생화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100여종의 야생화는 철마다 그 자체를 뽐내고 있다. 분수를 구경할 겸 구름다리를 지나니 넓은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4,950㎡다.

▲ 장류와 장아찌가 담긴 항아리.
"도시 생활에 찌들린 직장인들을 위해 배려했습니다. 공기 좋고 확트인 공간에서 음식과 차를 들면서 잠시나마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으면 더 바람이 없습니다. 이곳에 오면 지금도 야생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주는 은혜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이들 부부가 건네 준 책자를 읽어 보았다. 이 책자는 손님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3주년 때 부터 발간된 것이다.

책자에서 '그대발길 머무는 곳에' 작사가 마음에 들어온다. '그대 부디 오소서. 이 청수녹음(靑水綠陰)에 이곳이 그대발길 머무는 곳임을 알고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설레임 포개놓고 기다릴 터입니다' 항상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으로 이들이 있기에 이곳 음식점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른다.
▲ 낮달맞이꽃.
▲ 음식점 계단 양쪽에 야생화가 피어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