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은 분위기로 환자 관리, 마음경영=환자경영

▲ 원광메디컬 센터.
"어머니, 오늘 처음이세요." "예."
"신분증이나 의료보험카드 주시겠어요."
한 아주머니가 손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인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어깨 쪽이 좋지 않아요. 언제쯤 치료가 가능합니까?" 마음이 조급한 모양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돼요. 치료를 받으실 때 아픈 부위를 말씀해 주세요."

하루에 보통 300여명이 드나드는 곳. 부산원광한의원(사장 김성은)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접수에서부터 안내에 이르기까지 가족같은 분위기다. 이로 인해 원광메디컬 센터 1층과 지하 1층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내원객들로 북적인다.

그렇다고 이들은 그냥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발지압기, 안마의자에 앉아 피로를 푼다. 신간 잡지와 신문, 책을 읽는 여유를 갖는다.

가끔씩 찾아오는 택시기사들도 발 지압기와 안마의자를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눈 피로를 풀어주는 안복기 사용은 물론 익모초 등 7가지 약초를 달여 만든 해독탕을 애용한다.

김성은 사장은 "여기 저기 다니면서 한의원과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배운다. 좋다고 느껴지면 이 방법을 적용한다. 환자들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곧 한의원을 위한 길이다. 부산에서 환자가 제일 많은 것도 이런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객 우선

이름이 호명된 환자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치료실인 은혜실, 자비실, 사랑실과 운동을 하는 성불실로 꾸며져 있다. 공간 활용도가 높다.

치료실은 침, 뜸, 부항, 저주파 치료기, 핫백 등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4명의 원장들이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부산시한의사회 회장으로 있는 하태광 원장을 비롯 사암침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김현진 원장, 계절질병 예방에 관심을 가진 손광석 원장, 체질침으로 유명한 이화영 원장이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들은 많게는 20년, 짧게는 7∼8년 동안 환자들은 진료했다.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화영 원장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치료하면 서로간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조화점을 찾다 보면 더 나은 치료법이 모색되어 진다"고 말했다.

김현진 원장은 "어떤 환자든지 평등한 마음으로 치료하고 있다. 환자 치료를 통해 자신의 한계성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부처님 대하듯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실에서 근무하는 10여명의 치료사들도 환자들의 보살핌에 정성을 다한다. 치료 시간을 정확하게 점검하는 것은 이들의 몫이다.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것도 주인정신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강지수 치료실장은 "오래 근무하다 보니 환자들과 친하다. 어느 분이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적은 돈이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능한한 부가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말한다"며 자상함을 보인다.

환자들은 치료 후 극락계단을 올라온다. 계단벽면에는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우리 다함께 깊이 한 번 생각해 봅시다"는 문구를 시작으로 목우십도송이 걸려 있다. 한 발 한 발 내 딛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라는 의미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면 병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접수를 받으면서 환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웃음꽃 피는 접수실

1층에 도달한 환자들은 환한 웃음을 머금는다. 치료에 차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환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접수대 앞에 서면 접수파트에서는 비타민 1알씩을 나눠준다. 3년째 계속되어 온 일이다. 피로회복과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한 따뜻한 배려다.

최병숙(78·초읍동 거주) 씨는 "한 알의 비타민이지만 진정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 행복하다. 치료를 잘해 줘서 너무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다.

안명희·공미희 접수팀은 "환자분들이 몸이 많이 괜찮아졌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가 기쁘다"고 말한다.
원광한의원의 환자관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첩약환자는 3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로 몸 상태를 점검한다.

김성은 사장은 "이윤선 약제사를 통해 한약을 짓게 되면 3, 6, 10일 세차례 전화와 치료방법에 대해 문자를 넣게 한다. 계속 환자관리를 한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원장의 지시를 받게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환자들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염원이 가득 담겨 있다. '가볍게 목을 풀어주는 운동과 낮은 베개를 어깨쪽으로 베고 머리를 푹 숙이지 마세요'(어깨),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조금씩 움직여 주세요'(좌골신경통), '무거운 물건 들기를 피하시고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척추 건강에 좋습니다'(허리).

이처럼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원광한의원의 경영철학은 바로 마음경영과 연결된다.
38년의 부전동 역사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 손광석 원장이 환자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산원광한의원 하성혜 교무
고객과 직원 상담역할
부산원광한의원 하성혜 교무의 근무자리는 일정하지 않다. 접수에서부터 환자들의 상담에 이르기까지 그 역할이 다양하다. 제일 바쁘다. 여린 체구에 그 많은 일을 감당하기엔 벅찬감도 있으나 미소 천사로 통한다.
"월·수·금요일에는 환자들이 1시간씩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짜증을 부리는 환자들이 있어요. 자리다툼을 하기도 하죠. 그럴때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죠. 교화대불공이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전 11시, 오후 3시가 되면 그의 발걸음은 물리치료실로 향한다. 사탕을 나눠주면서 환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불편한 곳을 세세히 살핀다.

"이야기를 하면서 아픈 곳이 없는지 묻곤 하죠.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요. 환자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원장들에게 말하기 곤란한 이야기를 저에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담당 원장들에게 알려주죠. 그리고 환자와 원장간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중재자로 나섭니다. 어떤때는 환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재빨리 환자들의 요구 상황을 파악한 뒤 처리해 주면 금방 부드러워지는 것을 경험해요"

평소 대종사의 천하농판가를 좋아한다는 그는 맡은 일에 흐트러짐이 없다. 불공한다는 심경으로 환자관리와 직원관리를 하고 있다.

바쁜 중에서도 잠시 틈을 낸 그가 '차 한 잔' 하기를 권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직원들과 환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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