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생사학 연구의 필요성

현대의 의학은 상당한 정도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여도 모든 생명체는 제한된 생명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죽음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늘어가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대안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부각되고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의미 있게 맞을 수 있는 품위 있는 죽음 즉,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각계에서는 말기환자의 생명유지 장치가 오히려 환자에게 고통만 주고 무의미하며,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공론화 되고, 자살 문제나 안락사, 존엄사 등의 해결 방법을 찾고자 하는 논의가 되면서 죽음학이나 생사학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원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교리적 측면에서는 원리적이며 실천적으로 밝혀 주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의 죽음을 기피하는 문화 현상으로, 죽음에 대한 전문 연구소나 또는 죽음준비 교육과정이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죽음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미흡한 현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모든 사람이 불안한 가운데 막연히 맞이하고 있는 생소한 죽음의 세계를 '어떻게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시도되었다.

연구 대상자들의 죽음 준비와 웰다잉 인식을 파악하여 원불교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기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일부 지역의 만 20세 이상 원불교 성인 남녀 344명을 편의표집 하여 2010년 4월22일∼5월10일까지 일반 특성 10문항, 죽음준비 9문항, 웰다잉 인식 21 문항, 총 40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죽음 준비란

죽음(death)은 생물이 기관, 조직, 세포 등의 생명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준비와 심리적인 준비로 나누어지며, 심리적 준비는 죽음에 대한 수용적 자세를 나타내고, 물리적 준비는 유언, 수의, 장지, 장례유형, 제사문제 등을 죽음 준비라 정의 한다

웰다잉(Well-Dying)인식 이란

웰다잉이란 어의 상 잘 죽는다는 의미로 좋은 죽음(Good Death), 품격 높은 죽음을 의미하며, 웰다잉 인식이란 사회적 영역, 육체적 영역, 정신적 영역, 영적 영역이 두루 충족되는 상태에서 생명이 기능을 잃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죽음준비 종교역할 높은 기대

첫째 죽음 준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확인됐다.
연구대상자들은 95%가 죽음 준비는 매우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했다. 죽음 준비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은 93.3%가 매우 중요하거나 중요하다고 했다(표1). 죽음 준비시기에 있어서는 살아가면서 항상(41.3%)과 40대(20.6%)부터 해야 한다는 비율이 높았다(표2).
▲ 표1.
▲ 표2.

연구 대상자들의 50.1%가 죽음 준비를 위해서 준비한 내용이 없다고 응답 했으며, 죽음 준비 내용이 있다고 한 응답자 중에서 장기기증(시신기증)이 52명(15.1%)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죽음 준비에서 유언 방식은 말로 전달(39.2%)이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고(표3), 장례 유형은 화장(40.1%)을 많이 선호했다(표4).
▲ 표3.
▲ 표4.

임종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살던 집(45.6%)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 웰다잉 인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확인됐다.

웰다잉 인식은 21문항으로 구성되었는데 평균 4점이 넘은 문항이 11문항, 이중 점수가 높은 문항 5위까지 순위를 보면 1위는 최후의 시간에는 성불제중의 큰 원력을 세우고 청정일념(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다(4.68점).
2위는 열반에 들 때에는 착심(애착, 탐착)을 놓는 것이다(4.62점).

3위는 평화롭게 죽는 것(4.60점), 4위는 일생을 마칠 때 최후의 일념은 온전한 생각으로 그치는 것(4.58점).

5위는 열반에 들 때에는 원망심과 성내는 마음을 놓는 것이다 (4.54점) 이다.

반면에 평균이 가장 낮은 점수의 순으로는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사망하는 것(3.03점)과 가능하면 집에서 사망하는 것이다(3.20점).

따라서 웰다잉 인식은 일생을 마무리 할 때는 의료 기계에 의지하지 않고,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애착, 탐착 등의 착심을 놓고 성불제중의 큰 원력을 세워 청정일념으로 평화롭게 죽는 것을 웰다잉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여자가 남자보다 웰다잉 인식에서 평균 점수가 높게 나타났고, 교무와 일반교도는 예비교무와 청년교도보다 웰다잉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 신앙 경력 기간이 오래될수록, 교육 수준과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웰다잉 인식이 높았다. 그리고 기혼이 미혼보다 웰다잉 인식이 높은 점수를 보였다.

웰다잉 확산에 발맞춰

연구는 원불교인을 대상으로 죽음준비와 웰다잉 인식을 파악하기 위하여 시도되었다.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한 기피 현상이나 부정적인 태도로 원불교 교단 내에서도 죽음에 대한 교육이 없고, 평소 교당에서 천도재(49재)나 법회 때 생사설법(生死說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사회 각계에서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어서 원불교 교단 내에서도 제도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 연구대상자들이 실생활에서 이를 활용하여 웰빙과 웰다잉을 잘 실현하도록 돕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교단 내에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고, 잘 죽어야 잘 태어날 수 있다는 교리에 입각한 편안하고 청정한 죽음에 대한 경험을 하는 질적 연구 시행. 둘째 연구대상자들에게 적합하고 표준화된 죽음준비 도구개발 연구. 셋째 교단 내 의료·복지 산하기관에서 다양한 죽음 준비 프로그램이 실시. 넷째 교단 내 산하 병원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스템 마련. 다섯째 교단의 교육기관에서 청소년들(예비교무 포함)에게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준비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죽음학이나 생사학 관련 교육 과정 개설되기를 제언한다.

이 학술논문은 한양대학교 임상간호정보대학원 호스피스간호를 전공한 송세현 교무의 논문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발표예정이다.
▲ 송세현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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