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근 교도
    연세대 원불교학생회
종교는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교도님들의 목소리를 환영한다. 김정택 교도님의 '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시나요?'라는 글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모습이야말로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원불교신문〉이라는 공론장의 영역에서 다른 목소리가 논의되는 것은 무척이나 반갑다.

물론 사회개벽교무단과 원불교환경연대가 보다 정치적인 성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은 찬반이 갈리며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그런데 찬반이 갈리고 논란이 많다고 하는 것은 주관적이다. 교단의 대북지원 및 은혜심기운동에 대해서 교단 내에서 그렇게 부정적인 이야기는 못 들어 봤다. 사회적 시선에서 봤을 때 얼마든지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협력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교단의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이 들리면 그 사업은 정치적인 사안이 되고 당장 중단해야 되는 사안인가? 정치적이냐 아니냐 이것은 더욱 고민해봐야 한다. 더욱이 이를 문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깊이에는 정치적인 것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혐오하게 되는 뿌리 깊은 정치적 불신에 있다. 혹시라도 사실이나 가치가 아닌, 그저 논란이 되는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4대강 사업 문제가 꺼려진다면 교도님들 스스로의 정치혐오증을 냉철하게 살펴보시길 바란다.

그러므로 종교인들의 사회적 실천은 달라야 한다. 단순히 4대강 사업 반대, 이명박 정권 반대만 외치면 종교인이나 일반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시대적 요구를 따르는 것 못지않게 시대적 흐름을 주체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종교인은 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상상해야 한다.

사회개벽교무단과 원불교환경연대가 야당 정치인들과 똑같은 소리를 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분명한 것은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가르침에서 사회적 외침이 우러나와야 한다. 단순히 4대강 사업 반대 하는 것이 아니라 논바닥에도 아파트를 짓는 토건국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명과 생태, 마을의 가치를 고민하고 성찰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지켜 본 바에 의하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은 대개 그러한 궁극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새로운 가치와 철학을 보여주면서 사회를 종교적 가르침에 한 발짝 다가서게 해야 할 것이다.

김정택 교도님은 4대강 사업이 죽은 강에 생명을 불어 넣고 환경도 개선하고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자는게 핵심이라고 했다. 과연 그게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권위있는 학자들의 모임인 대한하천학회에서 반대성명을 내고, 당파성을 떠나서 존경받는 경제학자 서울대 이준구 교수가 자신을 걸고 왜 반대하고 있는가?

천주교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 주교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반대라고 보기가 어렵다. 적어도 4대강 사업 반대의 외침에는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넘어서서 가치와 철학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폐수문제나 홍수문제를 그대로 두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도시에 공터가 생기면 건물을 올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우리 사회, 복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토건에 대한 맹신을 지향하는 행정부, 마을 공동체가 아닌 원자화된 도시적 삶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외침은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교단의 구성원들도 4대강 사업의 찬성과 반대를 쉽게 정하기 이전에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여 고민해야 겠다. 교법의 사회적 실천은 사회개벽교무단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김정택 교도님의 글은 사회개벽교무단과 환경연대에게 다시 한 번 생각을 더하게 해 줄 것이다. 앞으로도 교법의 사회적 실천에 대하여 교도님들의 많은 고민과 실천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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