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을 깨치면 종교도 하나요, 근본도 하나다
육신은 한 때의 객체요 성령性靈이 영원한 주체
이신환성의 정신개벽 실천 강조, 신앙통일은 정신통일

종교계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천도교 교령으로 선출된 임운길 교령(81)을 9월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천도교 중앙총부 수운회관에서 만났다. 임 교령은 80이 넘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강건해 보였다. "한 가족처럼 지내자"며 반가운 악수를 건네는 임 교령. 천도교의 핵심사상과 종교통합의 혜안을 통해 종교계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 천도교 임운길 교령

"습관된 마음을 믿지말고 본래의 한울님 마음을 믿어야 화합 이룬다 "

▲ 본사 육관응 편집국장

육관응 편집국장 올해 천도교 교령으로 선출된 후 취임사에서 "한울님의 마음은 오직 하나다"라고 밝혔다. 종교통합을 위한 천도교의 핵심은 무엇인가.

임운길 교령 종교통합보다는 종단간의 화합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다종교사회에 살고 있다. 종교는 하나다. 성품을 깨치면 근본은 하나인 것이다. 근본을 모르고 지엽으로 보니까 서로 싸우는 것이다. 천지만물이 조판되기 전의 근본을 알아야 한다. 태양이 솟아오르면 잔잔해진다.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모든 종교는 독특한 신념 체계가 있기 때문에 배타적으로 흐르기 쉽고 화합하기가 어렵다. 어떤 나라에서는 종교전쟁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종교간의 화합이 비교적 잘 되고 있는것 같다. 우리나라가 종교화합의 모범국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되겠다. 천도교는 종교통합을 위해 교역자와 교인들이 특별히 유념하는게 있다.

육관응 편집국장 인류는 한가족이요, 종교의 근본이 하나임을 알기 위한 실천방안은 무엇인가.

임운길 교령 첫 번째 종교의 근본은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천도교는 무극대도를 주창한다. 수운대신사는 만고없는 무극대도라 했다. 무극대도란 천지무궁의 근본을 밝히어 사람마다 그 덕에 합하여 도를 이루고 영원한 행복을 찾게 한다는 뜻이다.
수련을 잘해서 무극의 경지에 이르러 천지만유의 근본을 깨닫게 되면 인류가 한 가족이요 종교의 근본이 하나임을 알게 되고 자연히 종교화합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우주에 신(神)은 오직 한 분임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듯이 우주에도 마음이 있다. 우주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하나다. 그 마음을 신이라고 한다. 신은 한 분인데 사람들이 이름을 달리 붙이고 생각을 달리하고 믿음을 달리 할 뿐이다.

세 번째 신앙통일, 규모일치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신앙통일은 정신통일이요, 규모일치는 행동통일이다. 습관된 마음을 믿지 말고 본래의 마음이 한울님이라는 것을 알고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종단마다 각각 그 교인들의 신앙을 통일할 수 있고 또한 천도교회도 교인들의 신앙을 통일하고 종교화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육관응 편집국장 천도교는 동학혁명과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의 주력종교라고 할 만큼 교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세가 약한 실정이다. 앞으로 발전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임운길 교령 진맥을 잘해야 할 것이다. 천도교 침체의 근본원인은 한마디로 신앙심이 쇠약해진데 있고 도력(道力)이 미약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도문제, 외래사상의 범람, 남북분단과 과거에 너무 많은 탄압을 받은 후유증 등이 있지만 신앙이 해이한데 있다고 본다. 우선 신앙심을 불러 일으키는 운동을 해야 하겠다.

나는 60여년 동안 천도교에 몸담았다. 천도교를 믿는 이유를 묻는다면 영원히 행복하게 잘사는 길이다. 육신만 보니까 죽고 사는게 있다. 육신은 죽음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 자리는 죽고 사는게 없다. 지금 침체되어 보이지만 확 퍼질수 있는 저력이 있다. 우리얼이 담긴 신앙과 철학이 천도교다. 민족의 자주정신이 확립되어야 한다. 천도교는 포덕을 개별적으로 하지만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몸을 성령으로 바꾸라'는 이신환성(以身換性) 정신개벽 수련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려고 한다. 과거 3·1운동을 앞두고 의암 손병희 성사가 이신환성 49일 기도를 7회에 실시하여 483명의 중견 교역자를 육성하여 3백만 대 교단을 이룬 그 정신을 이어받아 실천하려고 한다.

육관응 편집국장 요즘 시대는 공정한 사회실현을 위해 종교간의 대화와 공동선이 화두로 대두된다. 천도교는 종교공동체의 신앙집단이 되기를 염원하며 정신개벽운동으로 이신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개벽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임운길 교령 종교간의 대화와 합력을 하려면 정신개벽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신개벽이 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원불교에서도 정신개벽을 말씀하고 있는 줄 안다.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좌우된다. 마음가짐에 따라 건강, 불건강, 총명, 우둔, 성공, 실패가 좌우된다. 그리고 생각은 현실화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변하기 쉽고 물들기 쉽다. 항상 닦아야 한다.

새 세상을 건설하려면 먼저 모든 사람의 정신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정신개벽을 하면 자연히 화합이 되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영원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천도교에서 정신개벽의 요령은 이신환성이 되어야 한다. 육신은 한 때의 객체(客體)요 성령(性靈)이 영원한 주체(主體)라는 것을 알고 항상 성령을 위주로 살면 된다. 여기에 화합의 길이 있고 공정한 사회건설의 길이 있다. 건강과 만사여의, 영원한 행복의 길이 있다. 이신환성이 되려면 주문(呪文)을 외우면서 수련을 해야 한다. 이신환성을 이루는 마지막 단계는 육신의 관념을 홀연히 잊어버리고 오로지 성령만을 생각하는 단계다.

육관응 편집국장 정부의 종교 편향 정책이 종교간의 대립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종교계 갈등이 개인과 가정,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과 역할은.

임운길 교령 종교편향 정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간의 대립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종교협의회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천도교는 배타성이 없다. 함께 힘을 합해서 대립 갈등을 해소해 나가자.

육관응 편집국장 지구촌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도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고 본다. 천도교에서 최우선시하고 있는 것과 선결작업은 무엇인가.

임운길 교령 우주가 하나의 생명체요 사람의 마음과 대기(大氣)가 하나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혼탁하고 복잡하니까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이다. 천도교의 최우선 과제는 역시 정신개벽이요 실천운동이다. 특히 천지 부모(天地父母)가 일체임을 알고 땅 아끼기를 어머니 살 같이 하라는 스승님의 교훈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천도교 경전에 앞으로 대기(大氣)가 번복한다는 말씀이 있다. 그렇더라도 이신환성으로 능히 극복 할 수 있다는 말씀이 있다.모든 종교가 다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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