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와 함께한 35년, 정성 어린 손 맛

▲ 박금순 산채요리 연구가.
▲ 건물전경.
자연의 에너지를 가득담은 산채. 강원도 속초 '점봉산 산채'에 가면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 산채전문음식점으로 꽤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는 산채요리연구가인 박금순 대표(57)의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빈 몸으로 산에 가도 자연은 많은 것을 선물합니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산으로 향합니다. 오늘도 산에 가서 칡잎, 상수리잎, 들국화 등을 따 왔어요. 음식 나올때 나뭇잎을 깔고 꽃을 장식하면 손님들이 행복해 해요. 어떤 분은 꽃을 머리에 꽂고 가시는 분도 계셔요."

요리가 담긴 접시마다 자연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다. 산과 들의 향기를 마음껏 맡을 수 있다.

이처럼 박 대표는 자연과 함께 하기를 좋아한다. 산에서 본 나뭇잎 하나에도, 풀 한 포기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음식에서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한 상 가득 차려진 특 산채정식에는 자연의 어울림이 있다. 점봉산(1,424m)에서 채취된 햇빛 머금은 다양한 나물과 버섯을 비롯하여 장아찌가 얼굴을 내민다. 모든 요리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자연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점봉산은 참나물, 곰취, 곤드레, 고비, 참취, 병풍, 불로초, 얼레지, 단풍취 등 30여 가지 산나물 천국인 까닭이다.
▲ 산마와 산초의 어울림.
"점봉산은 10여년 전 원시림 보호지역으로 묶여 함부로 나물을 채취할 수 없어요. 지금은 필요한 것만 채취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양을 소화하기 어려워 허가를 받은 동네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요. 염장과 냉동보관, 묵나물로 해 두었다가 상차림을 하죠." 아니나 다를까 긴 사각 접시에는 특이하게 물로 볶은 가지가지의 다양한 취나물과 고사리, 고비가 입맛을 자극한다. 버섯 종류가 많기도 하다. 각각의 작은 접시에는 능이버섯, 곰버섯, 목이버섯, 석이버섯, 송이버섯, 밤버섯이 담겨 있다. 1능 2표 3송이라 불리는 버섯들이 다 있다. 장아찌는 불로초, 산더덕, 산당귀 뿌리, 곤드레가 있다. 그밖에 곤드레 김치와 쑥전, 꽃잎전, 산마, 신선초 샐러드, 산더덕 구이, 산다래, 인동초 꽃과 함께한 뽕열매 소스, 발효숙성 시킨 헛개나무 열매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푸른빛을 띤 밥 역시 약초 밥이다. 뽕잎, 솔잎, 겨우살이 분말이 사용된다. 취나물 된장국과 도토리묵도 일품이다. 이처럼 상차림 음식들은 온통 건강식이다. 큰 자부인 김화영(31)씨가 음식 먹는 순서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선식으로 칡 발효를 드신 후 앞 접시에 불로초 한 장을 올려 놓습니다. 취향에 따라 산더덕, 버섯, 취나물도 넣고 쌈으로 먹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음식을 드시고 나서 밥을 비벼 드시면 됩니다."

큰 자부로부터 음식 먹는 순서를 듣고 나니 이채로운 요리의 색깔이 더 궁금했다.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박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화학 조미료와 파, 마늘 등을 사용하지 않고 약초 분말과 효소를 사용하여 맛을 냅니다. 산마에 붉은 빛을 가미한 것은 오가피 열매를 발효 숙성시킨 것이고, 신선초 샐러드에 첨가되는 소스는 오미자, 산뽕잎 가루, 가시오가피 열매를 발효 숙성시킨 것을 사용합니다. 장류에도 약초 분말 끓인 물을 사용합니다."
▲ 송이 장아찌.
▲ 각종 취나물과 버섯.
박 대표가 요리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건강이다. 점봉산 VIP 정식 (30,000원), 점봉산 특 산채정식(15,000원), 점봉산 산채정식(13,000원), 점봉산 산채 비빔밥(7,000원), 점봉산 송이전골(100,000원), 점봉산 버섯전골(대35,000원, 소25,000원)등이 있다. 별미인 산나물 버섯전골 또한 인기 만점이다. 푸짐한 산나물과 버섯으로 손님들의 건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자체 연구 개발한 만큼 시중에 없는 요리들이 대부분입니다. 음식마다 자연의 향이 들어 있습니다. 손님들 중 건강이 안 좋은 분들에게는 한끼 보약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드시라고 말씀 드려요. 드시고 가시면서 손을 꼭 잡아 줄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가 손님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전 점봉산에서 생활하던 중 투병생활을 겪고 나서 부터다.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에 자리한 점봉산 귀둔리 마을은 그가 태어난 곳이요, 안식처요, 생활터전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산뽕잎과 민들레 등 산야초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자연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이로 인해 산채연구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

장남 박훈(31)씨는 이런 그를 두고 산 여인이라 부른다.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글씨에서 그 마음이 읽혀진다.

'그 여인은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시는 하산이라는 말은 없다고, 그래서 오르고 또 오릅니다. 오르는 길이 전과는 다릅니다. 녹음이 싱그럽고 천리가 훤히 비추고 있습니다. 한참을 올랐을까 평원으로 발걸음이 닿고 있습니다. 산에 다 오른가 봅니다. 그 여인은 움막을 짓고 이제야 편히 숨쉴수 있는 곳이라 미소를 짓습니다. 모진 세월속에서 이렇게 저희도 왔습니다. 지금 많이 힘드신 분들 힘내십시오. 점봉산이 있습니다.'

한동안 글귀에 시선을 두자 박 대표는 어려웠던 세월을 풀어냈다. 사업 실패와 2004년 속초에서 재기에 성공했던 이야기다.

"산 이야기만 나오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 나와요. 건강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빈손으로 태어났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므로 산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습니다. 산채를 통해 손님들의 건강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요리를 직접 합니다. 누구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접하라고 강조합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까지 손님들에게 내 놓는 음식을 갈무리하는 그의 두툼한 손등을 바라보니 35년간의 정성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 찾아가는 길 033)636 - 5947, 6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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