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너와 나 구분 없는 선 행해야

▲ 이행래 이슬람교 원로이맘
▲ 이관도 원음방송 사장

 

 

 

 

 

 

 

 

 

 

 



현재 인류는 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각계 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지구촌에는 환경, 전쟁, 기근 등 수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종교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랑과 자비, 은혜의 가치로 세상을 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종교로 인한 분쟁 역시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본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공동선과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종교 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개신교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원음방송국 총괄 사장 이관도 교무가 17일 서울 이슬람중앙성원에서 이행래 원로이맘을 만나 종교인의 시각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법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국내 이슬람교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이행래 원로이맘은 2007년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샘물교회 봉사단의 구명활동을 펼치는 등 종교 간 화합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리사욕으로 본래 가르침을 왜곡하지 않고 

                                순수한 내적 의도로 행동해야 한다"


-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그 원인은.

이관도 교무 : 현재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갈등, 환경문제 등 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가?

이행래 이맘 : 일반적 시각에서 보면 중산층의 붕괴에 의한 양극화, 빈부격차, 지역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부정부패 등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적한 것처럼 환경, 복지문제 등 현안들이 많이 산재해있다. 그리고 모든 문제가 별개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모두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안을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러한 모든 문제는 결국 정의가 바로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깨끗하고 정직한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의제를 상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을 마련하는 데 노력한다면 이런 문제가 자연히 해소가 될 것이다. 이런 의지를 가지고 추진을 하면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슬람교의 가르침은.

이관도 교무 :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그리고 그 해법을 말해줬다. 그런데 현재 병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우리 종교인도 일정한 책임이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의무도 있다. 앞에서 일반적인 해법에 대해 말해줬는데 이를 위한 이슬람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이행래 이맘 :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모든 행위는 순수한 의도에 달려 있다"는 말씀이 실려 있다. 이것이 신앙인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행위로써 표출이 되면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마음 속에 내가 품은 생각은 나와 하나님 밖에 모른다. 그런데 결국 내적 행위가 그 사람을 결정짓게 된다. 그래서 내적 행위가 중요하다. 하나님께서는 결과를 보시지 않으므로 결과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그만큼 순수한 내적행위와 순수한 의도가 중요하고 거기에 보상이 따른다. 예컨대 달동네에 똑같이 신앙인과 정치인이 쌀을 기부하더라도 순수한 의도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같은 행위라도 그 보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하나님의 이치다.

- 이를 위한 종교인의 구체적인 활동은.

이관도 교무 : 그렇다면 그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종교인들의 어떤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행래 이맘 : 우리 무슬림의 가장 기본적 의무는 하나님의 정도로 모든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모든 사람이 신앙인답게, 인간답게 올바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갈래로 보면 많이 있겠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와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슬람은 신앙인 동시에 실천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에는 신앙을 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해 다섯 가지 실천사항인 오행을 실천토록 하고 있다. 결국 우리에게는 신앙과 생활의 합치를 통해 하나님의 정도를 행하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이관도 교무 : 그런데 사회문제를 보면 사회학에서는 구조악이라는 것이 있다. 개개인은 신앙을 철저하게 한다 해도 사회에는 문제가 생기는 구조악이 있다. 그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님 같은, 예수님 같은 인격을 갖춘다든지 부처님이 된다 해도 낙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문제를 종교인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는가? 세계에 많은 종교가 있는데 악을 행하라는 종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종교와 종교 사이에 이해하지 못해 생겨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이런 구조악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이행래 이맘 : 물론 정신적 지도와 함께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교인들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살피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이슬람교도 예전에는 이러한 활동들을 펼쳤지만 국내 기반이 취약해 현재 단독적으로 펼치는 활동은 없다. 그러나 종교협의체와 함께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또 향후 사회활동을 위해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원불교가 좋은 사례라 생각하고 본받으려 하고 있다.

- 종교의 공동선 가능한가.

이관도 교무 : 종교가 나름의 가르침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종교로 인한 갈등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종교가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종교가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교리적 측면에서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행래 이맘 : 하디스에서 이런 가르침이 있다. 주는 손이 아름답다는 말씀이 있다. 선을 행하고 도움을 주라는 말인데 이는 꼭 무슬림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곳 그런 사람을 돕도록 하고 있다. 옛날에 오마르 때 2대 칼리프는 미행을 나가 당시 유태교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구걸하고 있는 유태교 교인을 도운 사례가 있다. 이는 선을 행하는 데는 구분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너와 나의 구분이 있고 내 종교와 네 종교의 구분이 있다면 진정한 선행이라 할 수 없다.

코란과 하디스에 나오는 모든 말씀은 이 시대의 공동선에 관한 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 가르침과 말씀을 왜곡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사회에나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해 선도가 필요하다.

우리 종교인들은 결국 같은 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같은 길 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거들어 주어야 한다. 종교인끼리 싸우는 모습 보이면 사람들이 제대로 신앙을 하겠는가? 종교인이 먼저 귀감을 보여야 한다.

이관도 교무 : 맞다. 원불교도 삼동윤리 정신에는 종교의 모든 가르침은 하나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웃종교를 부정하지 않는다.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그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비추어 말씀하셨는데 후에 제자들이 그 말씀에 집착해 갈등이 빚어진다. 결국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하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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