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을 병진하고 내외 겸전 공부

정기훈련과목을 흔히 '11과목'이라 부른다. 사실 '11과목'이란 말이 교서에 직접 명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6과정(염불·좌선·경전·강연·회화·일기)이 중심이었다. 다만 원기17년 〈육대요령〉에서 정기과목을 설명할 때 11개의 과목을 나열한 것에서 그 말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양과목으로 염불·좌선, 연구과목으로 경전·강연·회화·문목·성리, 취사과목으로 정기일기·주의·조행을 두었고, 수시설교를 포함하여 11과목이었다.

이것이 원기28년 〈불교정전〉에서 '문목'이 '의두'로 명칭이 바뀌고, '정기일기'를 연구과목으로 옮기고, '상시일기'가 취사과목에 추가되고, 수시설교는 과목에서 제외된다. '수시설교'란 '당시 법사가 때를 따라 출석하여 제반 학도에게 훈련하시는 것'이다. 이는 근기와 형편에 맞게 설해진 것으로 당시 고르지 못했던 '지방의 형편이나 사람의 정도'를 고려하여 법사의 법력으로 균등하고 결함없는 훈련이 되도록 배려했다.

훈련은 삼대력을 갖춘 원만한 인격양성을 목적하므로 삼학을 분해하여 그 과목을 정한 것이다. 더 나아가 각 과목들이 서로 내외와 동정을 아우르도록 하였다. 수양과목에서 염불과 좌선이 서로 표리의 관계를 이룬다. 〈불교정전〉에 '공부하는 사람이 만약 번뇌가 과중한 자는 먼저 염불로써 그 산란한 정신을 대치하고 다음 좌선으로써 그 원적의 진경에 들게 하는 것' 또는 '시간에 있어서는 주간이든지 기타 외경이 가까운 시간에는 염불이 더 긴요하고 정야청신(靜夜淸晨)이든지 기타 외경이 먼 시간에는 좌선이 더 긴요'하다 하였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이 항상 당시의 환경을 관찰하고 각자의 심경을 대조하여 염불과 좌선을 때에 맞게 잘 운용하면 그 공부가 서로 연속되어서 쉽게 큰 정력(定力)을 얻게' 되는 것이다. 각자의 내적 심경과 처한 외적 환경, 그리고 시간과 처소에 구애되지 아니하여 일상에서도 공부를 쉬지 않고 운용하여 수양의 힘을 얻도록 한 것이다.

연구과목에서 강연과 회화도 서로 짝을 이룬다. 〈육대요령〉에 강연과 회화의 대의가 '사람의 혜두(慧頭)를 단련시킴'에 있다 하였다. '혜두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유를 주어도 거만하고 누그러져서 참다운 밝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요, 너무나 구속을 주어도 눌리고 소졸(小拙)하여져서 또한 참다운 밝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연으로는 그 혜두에 구속을 주어 단련시키고, 회화로는 그 혜두에 자유를 주어 단련시키는 것이다. 이는 '구속과 자유 두 사이에서 사람의 혜두로 하여금 과불급이 없이 진정한 혜광을 얻도록 함'이다. 이처럼 강연과 회화를 통해 구속과 자유의 어느 때든지 혜두를 단련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참다운 지혜를 밝힐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원불교사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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