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종교는 궁극적인 윤리체계로 삶을 이끌어야

▲ 최근덕 성균관장

▲ 조원오 영광교구장

현재 인류는 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위기'라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지구촌에는 환경, 전쟁, 기근 등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종교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로 세상을 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본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공동선과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종교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조원오 영광교구장과 최근덕 성균관장이 만나 종교간 갈등 극복과 협력증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명륜동 성균관에서 이뤄진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 사회 갈등을 초월하여 대화와 소통의 인식의 토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자기 인격 완성은 다른 이의 인격 완성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지고 보편성의 원리로 승화된다 "


- 유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조원오 교구장 : 유교는 우리나라의 고대국가가 성립하는 시기부터 우리 역사와 함께 호흡하면서 한국인의 삶과 문화가 펼쳐지는 토양이 되었다. 그 세월 속에서 때로는 우리 문화의 특성을 이뤄 왔으며, 때로는 제약이 되기도 했다. 유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유교는 종교가 아닌 도(道) 또는 학(學)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유교는 과연 종교인가 철학인가?

최근덕 관장 : 유교를 종교로 선포한 것은 고종황제이다. 그 이후부터 정부의 종교 기구 속에 유교가 포함됐다.
그러나 유림의 현실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교를 종교로 인정했음에도 종교에 대한 개념이 세워지지 않고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생애 궁극적인 윤리체계를 곧 종교라고 보고 '유교의 종교화'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지표가 되고 체계적인 사상과 철학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면 이것이 종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든 면에서 유교만큼 훌륭한 윤리체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교사상의 최고 원리는 인(仁)이다. 공자는 "인이라는 것은 사람이다(仁者人也)"라고 말했다. 이때 '사람'은 개체실물(個體實物)을 지칭하고 인은 이 개체자가 본구(本具)한 덕성, 즉 인도(人道)를 말한다. 이 인도(人道)는 금수(禽獸)와 구별되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간이 마땅히 걸어야 할 큰 길이다. 그래서 주자(朱子)는 인(仁)이란 "사람이 사람되는 까닭의 원리(人之所以爲人之理)"라고 말하였다. 유교에서는 인(仁)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사랑을 들고 있다. 그래서 공자는 그의 제자 번지(樊遲)가 인에 관하여 물었을 때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 답변하였다. 인은 원리이고 사랑은 실천요목으로 이해된다.

- 종교계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조원오 교구장 : 도덕적 가치나 공동선(善)은 개인의 이익과 자본 앞에 철저히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종교계가 앞장서서 추구해야 할 가장 근원적이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덕 관장 : 지금 공동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합당하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종교마다 각각 추구하는 선이 다른 종교계에서 합당한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보편적인 용어에서 공동선을 찾는다면 '사랑(아가페)'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사랑도 각 종교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다. 기독교는 박애, 불교는 자비, 원불교는 은혜로 표현하듯이 유교의 사랑은 앞서 말했듯이 '인(仁)'이다.
윤리는 보편성을 띠어야 하므로 모든 인간에게 고루 적용되는 준칙이 요구된다. 이 준칙으로 공자는 '서(恕)'의 관념을 제기한다. 서는 자기를 미루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으로 적극·소극의 두 면이 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서는 안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는 것은 소극적인 준칙이고 '자기가 자립코자 하듯이 다른 이를 일으켜 주고 자기가 이루고자 하듯이 다른 이가 이루게 도우라(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는 것은 적극적인 준칙이다.

이러한 서(恕)의 사상은 맹목적이 아니라 자기완성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이 자기완성이 곧 충(忠)이다. 충이란 '자기의 성실성(誠實性)을 완전히 다하는 것(盡己之謂忠)'으로 윤리행위의 전제가 된다. 〈대학(大學)〉에서 충의 관념은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으로 서(恕)의 관념은 '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로 구체화됐다. 그래서 자기인격 완성은 다른 이의 인격 완성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지고 개별성의 원리가 보편성의 원리로 승화된다.

-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는

조원오 교구장 : 우리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갈등과 환경문제 등 많은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덕 관장 : 가장 심각한 것은 환경이다. 과학문명의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이 떠안게 된다. 과연 그 종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제어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종교가 정신을 바짝 차려서 과학의 무한질주에 어떻게 인간성을 부여할 것인가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대응해 가야 한다. 종교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또 최근 봉은사 땅밟기 같은 일들로 인해종교간 갈등을 겪고 있다. 종교간의 갈등은 절대적으로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다종교사회이면서 종교간 갈등이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거대 종단에서 지혜롭게 헤쳐나갔기 때문이다. 신도수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작은 토닥거림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종교간의 화합이라는 말보다는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협력한다는 방향에서 종지협이나 KCRP도 이끌어가야 한다. 어느 종단도 이해와 협력 그 이상을 바라서는 안된다.

- 남북통일에 대한 전망은

조원오 교구장 : 민족의 염원이 통일문제이다. 남북통일에 대한 과제나 전망은?

최근덕 관장 : 우리는 대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도적 입장에서 참을 자리에서 참고 넘겨줄 것은 넘겨줘야 한다. 정부에서도 종교인들끼리 풀어갈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줬으면 한다. 현재 7대 종단에서는 남북문제를 건전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도 있고 창구도 있다. 정부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줬으면 한다.

- 원불교에 대한 당부는

조원오 교구장 : 초창기 원불교는 교리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유학자들의 영향이 컸다. 이후에도 민족종교협의회 등 오랜 세월 원불교와 많은 교류를 해왔는데, 원불교와 교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최근덕 관장 : 원불교 초창기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신선미가 있고, 신도들의 수준이 고르게 높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원불교는 조심조심 한 발씩 떼어놓는 행태를 보였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간다면 원불교는 크게 열릴 것이다. 탄탄한 교리는 물론 교육기관을 갖추고 있으며 수준높은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만 보아도 좋은 바람을 타고 있다. 단지 덩치가 불어나면 그에 따라서 말도 불어난다. 앞으로 이런 점만 조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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