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무상한 것이라 젊었을 때 마냥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르고 허송하며 지냈다. 내 나이 사십이 넘어 종교를 만났다.

젊고 기운 있을 때 매사에 후회 없도록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십년 전의 내 모습과 오늘의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되돌아본다. 그럴 때마다 웃음과 보람의 얼굴 보다는 허탈과 후회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느낀다.

어느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 누구를 대하든 한결같은 생활 터전을 닦아야 했는데 24년전 대종사님의 정법을 만나고 30계문을 받들면서 첫째 목표를 두 사람이 아울려 말하지 말며의 계문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

종교생활을 하면서 한 가정에는 종교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우리 집의 종교가 일원화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해 서로를 이해하는 점이 부족하다. 새 교당이 마련된 후 나는 아침 6시 기도를 다니게 됐다.

하루는 아침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이 난리가 났었다. 조석으로 기도할 때 사용하는 경종은 산산조각이 났고, 나의 기도방은 엉망이 됐었다.

할 말이 없었으며 정신이 아찔했다. 그러나 나의 잘못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그리고 이해해 달라는 말 이외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은 화가 치밀었지만 참고 그 날 이후로 아침기도는 집에서 하기로 하고 매일 새벽 교당에 가지는 않았다.

종교가 다르다 보니 수행 방법과 교리 자체가 서로 달라 이해하는 점이 참 어려웠으나 나 역시 가톨릭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갈 수 없는 일을 아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우리 종교로 오라고 몇 번 권하여 첫째 소원이라는 말까지 했으나 불가능했다.

대종사님 말씀에 내가 못하는 것은 남도 못하며 남의 원 없는 일은 권하지 말라는 말씀을 생각하며 우리 가족이 일원가족이 못되고 각자 따로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이 안타깝고, 항시 내 마음 속에 일원 가족을 만들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이제는 내가 걸어온 삶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지나간 모든 순간들이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었고, 때때로 마음 허전한 일도, 즐거웠던 일이나 괴로웠던 모든 일들이 나름대로 각자 의미가 있었고 생활의 역사였고 인생의 항향로였다.

내가 이제 내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 길목에서 가끔은 지난 세월 속에 많은 사람과 더불어 여한 없이 좋게 살았던가. 또 촌음을 알알이 성실한 수행의 길을 닦아왔는가.

누구에게라도 서운한 기운 맺히고 섭섭한 일들은 없었는가를 생각한다. 정말 대종사님 법을 만나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려 살았는가. 뒤돌아보며 이제는 마지막 결실의 단계에서 다시 한번 내가 택할 내 삶을 정리해야함을 잘 알고 있다.

내 안에 버려야 할 것과 고이 간직해야 할 것들을 확실하게 정리하여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간직할 것은 잘 간직하여 영생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함을 날마다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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