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예원 교도·일산교당(논설위원)
민족명절인 구정을 앞두고 지금 전국은 구제역 파동으로 매우 어수선하다. 엎친데 또 덮친다고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니 전국이 비상이다. 먼저 구제역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소, 돼지, 염소 등과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들에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잇몸, 혀,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는 병이라 입 구(口)와 발굽 제(蹄)를 써 구제역 이라 한다. 16세기 초에 이탈리아에서 처음 확인된 후 19세기 들어 전 세계로 퍼졌고 국내에서는 1934년 이후 발생하지 않았는데 66년만인 지난 2000년 다시 발생했다 한다. 주로 공기를 통해 전염되며 감염된 동물의 물집 액이나 침, 분뇨, 사람의 의복 등을 통해서도 확산 되는데 구제역에 감염된 소, 돼지의 고기를 날로 먹어도 사람에게는 감염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구제역 상습지역으로 알려진 중국이나 베트남 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가축에 대해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고 있으므로 농민들이 구제역 감염 가축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인체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정부 몰래 도축하고 유통시키고 있어 국제적으로 그 심각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여행을 했을 때엔 반드시 검역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축산 농가에서는 1000만원 미만의 비용을 투자해서 방역샤워장을 설치해 농장종업원은 물론 출입하는 방문객이나 외부차량에 예외 없이 샤워를 하게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적은비용 아끼려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엄청난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은 국제수역 사무국(OIE)에서 질병 전파력이 빠르고 국제교역상 경제적인 피해가 매우 큰 질병으로 A급 질병으로 분류돼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돼있는 만큼 정부는 위험지역 여행객들에 대한 꾸준한 관리와 축산농가에 대한 관리 감독을 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이렇듯 그동안 구제역에 대한 인간의 무신경한 작은 부주의로 지금 우리나라 전역의 소 돼지들이 100만 마리 가까이 살(殺)처분되고 보상금, 접종 비용, 농가지원비 등을 합해 9700억원이란 어마어마한 국가예산이 소요됐다 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할 것이다. 앞으로 얼마의 가축이 더 희생당할 것이며 국가예산이 얼마가 더 투입돼야 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도 심각하지만 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의료계는 물론 종교계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이다.

방역현장에 근무했던 공무원 그리고 구제역 발생 현장 축산농민 가운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지역 정신보건센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한다. "생매장 살처분한 돼지 울음소리가 자꾸 들려 잠도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불안 불면으로 손발이 저리고, 무기력해지며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장 재산상의 피해는 고사하고 식구처럼 키우던 소의 죽어가는 눈망울과 생매장 당하는 돼지 울음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텔레비전 화면으로 잠깐 보는 이방인인 우리 가슴도 이렇듯 저리는데 현장의 당사자들의 고통은 어떠할지 가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방역사업이나 보상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인간의 부주의와 욕심으로 생명을 잃은 가축들의 영과 그로인해 고통받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 사은의 동포은과 육도사생의 이치를 아는 우리 원불교인들이 이 시점에서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간 가축들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는 것은 정부차원의 일이 아닌 당연히 우리 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이고,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살 처분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서도 상생과 평화의 따뜻한 법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과 마당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교단의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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