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와 사명감으로 살아 온 어제와 오늘"
말 없는 가운데 주밀한 생활 자세, 인연 감동시켜
문화해설사 과정 듣기 위해 강화도에서 새벽 출발

삶이 힘들고 인생이 고달플 때 다가가 안길 수 있는 안식처,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시대와 공간을 달리해도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남는 우리들의 어머니.

10일 출가서원식에 참석한 강화교당 이명의(54) 교도를 만나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인생과 원불교 신앙인의 무한한 은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신앙과 믿음의 위력을 계기로 이 도문에 크게 발원하게 된 것은 큰 딸(김성연 교무)이 출가한 기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딸이 비로소 대종사님의 은자녀가 되었어요. 어제까지는 제 딸이었지만, 오늘부터는 김성연 교무의 엄마가 되는 순간이에요. 제 신앙생활이 더 철저하게 모범이 되어야 할텐데요."

어떤 보이지 않는 끌림이 스스로 이 교단으로 인도했는지 모르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 왔던 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온 그녀는 딸의 출가서원식을 지켜보며 자신의 신심을 다짐하고 있었다.

"이 공부는 남에게 보여주는 수행이 아닌 거짓 없는 마음으로 사없는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출가를 서원한 딸이 제대로 마음의 중심과 공부길을 잡아 가길 염원해요. 그래서 일반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입학전에 간사생활은 물론 영산선학대 2학년부터 공부하도록 했지요."

말 없는 가운데 주밀함과 정확한 생활 자세로 주위의 인연들에게 무언의 감동을 주고 있는 그녀는 매우 진지한 신앙을 하고 있었다. 지난 9월 개강한 익산성지 문화해설사 12주 과정을 강화에서 익산까지 1회 결석을 제외하고 전 과정에 출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교리를 깊이있게 공부하기 위해 문화해설사 과정을 수강했어요. 새벽 4시30분에 집에서 나와 기차를 타고 익산에 도착하면 9시30분이에요. 대종사님을 향하는 즐거움이 솔솔했지요. 참회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좌선하고 기도문 낭독하고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금강경, 참회문, 참회게에 이르기까지 왕복 10시간의 여정은 진리와 대화하며, 모든 인연들과의 상생상화의 윤기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지요."

그녀는 남보다 특별히 뛰어난 것도 없었고 또 남보다 앞서 가려고 분수 이상으로 치달아 본 일도 없었지만 꾸준히 수행인의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일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때때로 자신의 성품이나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외부의 경계에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그 어려움을 안으로 깊숙이 접어 오면서 영생의 터전을 준비하는 일념으로 일관한 것이다.

"먼 미래의 복전과 혜전을 가꾸면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후회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음에 늘 감사해요. 행여 '이 법을 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다행감에 그저 행복할 뿐이지요."

오랜 세월을 통해 다져온 서원. 부처되고 중생 건지려는 그 한마음이 서려 있었기에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걸어온 길이 아니었던가. 작은 체구에 부지런하고 건강하여 한때도 허송하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 하나로 맡겨진 일들을 감당해온 그녀는 무엇을 하든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우리 가족에게 삶에 대한 긍지와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교단의 여러 스승님들이 계셔요. 특히 대산종사님의 은혜와 한 말씀 한 말씀, 그 정신으로 어느 경계를 당해도 당당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는 여러 교훈을 본받으려 노력했고, 스승님들의 자비심과 포용력, 지혜와 덕을 몽땅 배우고 체득하고 싶은 한 마음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조용하고 묵묵하게 크고 깊은 산처럼 덕과 지혜를 간직하기를 염원한 그녀.

그 지극한 정성으로 교화현장에서도 이웃과 함께하고 나누며 교화한다. 두루 포용하는 생활태도로 언제나 자신의 신앙에 철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기에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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