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의 전환 필요
원불교 교리에 맞는 건축적 구현 방법 찾아야 할 때

▲ 모현교당 이인덕 교도.
교단이 종교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교화라는 자체가 문화적이지 않으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과 연관된다.

이에 본사에서는 '원불교 의·식·주 문화'의 현실을 알아보고 21세기 문화시대를 어떻게 열어 가야 할지를 되짚어 봤다. 이번 주에는 교단내 교당과 기관 20여 곳을 건축 설계한 모현교당 이인덕 교도를 중심으로 '원불교 건축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 약촌교당.

▲ 원광효도마을 실버의집.
▲ 동영교당.
우리는 주변에서 '종교 건축'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건물들을 쉽게 만난다. 불교사원과 성당, 교회와 모스크, 교당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갑작스레 어느 건물에 들어서면 낯선 이교도가 되어 쫓겨나기 전에 도망쳐야 할 것 같은 마음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종교 건축의 유산과 그 현실에서 특정 종교의 기호(記號)를 경험할 수는 있어도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의 종교다움이 갖는 상징성을 읽고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모현교당 이인덕(호적명 재희·연안건축사) 교도는 교당 건축설계에 있어 "생활종교인 원불교는 건축에 있어서도 시대화 생활화를 담아냄은 물론 소통과 이해를 위한 친근함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조언은 20여 곳이 넘는 교단내 건축설계의 경험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가 설계한 서수보은의집,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 원광효도마을 사은의집, 실버의집, 전주노인병원 낮병동, 원평원광어린이집, 함라노인복지센터, 삼정원 본관, 동그라미재활원, 하섬 법당, 모현·궁동·경암·곡성·남광주·동영·산서·충용·약촌교당 등에 이르는 교당과 기관, 시설은 한결같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그의 교당 건축에 대한 결론은 역시 끈끈한 정이 흐르는 원불교의 기본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목재와 같은 자연친화적인 건축소재의 사용을 권했다.

이와 함께 그는 건축의 3요소로 구조, 기능, 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는 튼튼한 안전성을 말하며, 기능은 편리성, 미는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모든 건물에 적용된다. 교당 건축에 있어서는 이러한 3요소의 조합과 함께 생활관과 법회공간이 아울러 있기 때문에 일반건축과는 달리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그의 지적이다.
현재 교단에는 전국적으로 500여 교당이 분포하고 있으며, 해외에도 60여 교당이 설립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원불교 교당 건축의 질적 수준은 타종교에 비하여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건축 관련 전문 인력의 부족과 경제적 한계로 인한 요인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원불교 교리와 문화를 보여 줄 수 있는 새로운 교화의 방법으로 보기보다는 교당 기능을 수용하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3년전 교정원 문화사회부에서 내놓은 '교당 건축 계획 지침'은 일선 교당건축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지침에는 환경변화와 시대정신에 맞게 수정되고 계속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건축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 계획의 4가지 기본원칙은 ▷환경적 생태성-교당건축은 지속가능한 환경 요소화를 지향한다 ▷사회적 공공성-교당건축은 공익적 은생터를 지향한다 ▷문화적 창의성-교당건축은 품격과 개벽성을 지향한다 ▷종교적 독자성-교당건축은 원불교적 개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교당건축 표준화는 교당건물을 양식화하여 원불교의 대사회 홍보를 강화하자는 의견과 교당 건축 시 특별히 자문 받을 곳과 내용이 없다는 현장의 어려움 등에 바탕해 꾸준히 제기되어온 사안을 반영한 것이다.

건축이란 사람이 깃들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당과 같은 종교 건축물에는 사람의 몸과 동시에 정신이 의탁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붕과 벽 이상의 정신적인 요소가 요청된다. 그런 점에서 건축가들에게 종교건축은 큰 시험대다. 종교행위를 무리 없이 담아내야 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숭고한 종교적 정신을 건축공간에 팽팽하게 불어넣어야 한다.

이때 건축가가 건축에 불어넣어야 할 종교적 정신이란 건축가의 개인적 정신세계보다 한층 더 크고, 더 추상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종교건축이 힘든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런 종교적 정신세계를 건축가 개인의 정신세계로 녹여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실력을 가진 건축가가 아니면 덤비기가 어려운 것이 종교 건축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원불교 교리를 대표하는 일원상은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이며, 우주적 진리 자체이며 진리의 작용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생불멸 인과보응의 순환적 특성과 주객일체 물심일여의 경계적 특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일반적인 선형적이며 이분법적 경계가 아닌, 복합적이며 다원화된 경계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현대건축 디자인의 탈경계적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많은 종교의 경우 '경계'의 의미는 성과 속의 단절적, 이분법적 관계를 의미한다.

정진홍 교수는 저서 〈하늘과 순수와 상상〉에서 "모든 종교 건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중심이 아니라 자기들에게만 열려 있지만, 실은 닫힌 공간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곳에서 우주의 호흡과 몸의 생명과 언제나 떠나지만 되돌아가야 하는 집을 만나지 못한다"고 종교 건축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적 종교 원불교는 이러한 성과 속의 단절적, 대립적, 이분법적 공간 구성이 아닌, 참여자들이 신앙과 수행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원불교 일원상의 진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건축 공간을 요구한다. 이제는 일원상의 형태에만 연연한 과거적 건축 표현 방법을 지양하고, 진정 원불교 교리에 맞는 건축적 구현 방법을 찾아야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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