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색깔은 음양오행과 연관됩니다"
오방색에 맞춘 요리 시선 사로잡아, 전통의 맛과 멋을 느끼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

▲ 예지원 호우당.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풍류를 즐기고 싶어 한다. 여기에 맛과 흥이 곁들여 지면 더 바랄나위 없다. 익산시 춘포면 신동리에 위치한 예지원(藝知園)이 그 부름에 답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 차향과 함께하는 사매헌(師梅軒)을 지나자 상차림 공간인 호우당(好友堂)이 얼굴을 내밀었다. 한옥으로 지어진 만큼 우아한 자태가 물씬 풍긴다. 방안에 들어서자 예지원 이규남(53)대표가 반가움을 표한다. 그의 얼굴에서 편안한 분위기가 풍겨난다. 창살에 내려앉은 햇살은 방 분위기를 더욱 밝게 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식 철학이 자연스럽게 배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한정식 연구를 했습니다. 6개월 간 오로지 음식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요리는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순수 우리 것이 무엇인지, 원재료는 왜 그것을 사용했는가가 온통 공부거리였습니다. 주방장을 채용하지 않았던 것도 철학을 담은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원한지 7개월 남짓 됐지만 품격 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가정에서 오랫동안 요리를 한 주부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방팀을 꾸렸다. 전주나 타지역 요리 시식은 물론 요리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물론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5월 마침내 첫 결실을 맺게 됐다. 익산을 방문한 유네스코 대표단들을 만족시켰다. 지금은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스며있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다.

"제가 요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익산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집에서 드시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요리하고자 합니다. 조미료를 가능하면 넣지 않고 전통의 맛을 느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상차림을 시작했다. 오방색에 맞춘 요리가 눈에 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둥그런 구절판에 놓인 오이, 쇠고기, 당근, 표고버섯, 흰 지단, 노란 지단, 우엉, 붉은색 파프리카에서 그의 음식철학을 알 수 있다. 이외에 노랑, 빨강, 초록색을 입은 밀전병 말이, 삼색전, 두부강회, 무쌈말이, 마삼청, 청포묵은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 호우당 정식.
"음식 색깔은 음양오행과 연관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색깔을 먹어야 영양성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입니다. 색깔에서도 건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조들의 지혜죠. 이러한 본류를 충분히 안 상태에서 변화의 추세에 맞춰가야 합니다."

상 위에는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인삼과 낙지와 무를 넣고 끓인 연포탕, 한방 갈비찜, 삼합(묵은김치, 돼지고기, 약간 삭힌 홍어), 오색 잡채, 굴 무침, 해파리 냉채와 오리 훈제의 조합, 닭 마늘 구이, 너비아니가 상위를 장식했다. 요리를 조화시키려는 그의 세심한 배려가 읽혀진다.

"찬 음식과 따뜻한 음식의 조화는 물론 부드러운 요리에 이어 거친 요리가 나가고 다시 부드러운 요리로 마무리 하는 한편 자극적인 것들이 겹쳐서 입맛을 해치지 않도록 합니다. 음식 나오는 순서는 이곳 나름대로 진행됩니다."


이것은 그가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내용들이다. 그만큼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이러한 음식들에 대해 시간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점심 특선인 사매헌 정식(18,000원), 호우당 정식(25,000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몇가지 설명 중 두부강회가 기억에 남는다.

"두부강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두부를 지져 사각으로 잘라서 계란 노란자를 이용하여 지단을 만들고 소고기는 한약재로 재어 굽거나 지져야 합니다. 그런 다음 두부 위에 지단을 얹히고 쇠고기를 넣고 그 위에 두부를 얹혀 미나리나 부추 순을 삶아서 묶습니다."

100% 예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최소 4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요리를 맛볼수 있다는 것이다. 한끼에 4팀을 예약 받고 있으나 3명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최대 수용인원은 80명. 점심은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3시까지, 저녁은 오후 5시30분부터 10시까지다. 화요일은 휴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요리를 천천히 드시면서 음식에 담겨 있는 색깔과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이 속에 생활의 도가 있습니다."

전라북도 부안군 곰소가 고향인 그가 마음의 여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1997년 일어난 IMF와 깊은 연관이 있다. 제법 큰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거래하던 큰 회사의 어려움으로 동반 부도를 맞게 됐다. 1년 동안 집에서 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때부터 틈틈이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 4년전에 터를 닦고 한옥 건축을 비롯 잉어가 노니는 연못을 조성했다. 다양한 수종의 분목이 전시되어 있는 분재 하우스를 꾸몄다.

"제가 청년시절부터 전통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향기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이제는 염원했던 판소리 공연장이 이뤄진 셈입니다. 지난해 부터는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전통의 맛을 느낄수 있는 한정식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미리 지어 놓은 9,900㎡ 비닐하우스 안에 약용식물과 식재료들을 심어 상차림에 쓰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나 전통의 맛과 멋을 느끼는 공간을 꾸미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깔끔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앰프에서 흘러 나오는 절절한 판소리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홈페이지 www.한옥문화공간.kr

예지원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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