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서로를 이해하는 노사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노동분야 상생 위해선 노사의 사회적 책임 중요

▲ 고용노동부 박재완 장관
본사에서는 한국정치를 이끌고 있는 주요 정치인을 만나 남북대결 국면과 양극화, 좌우이념 대결 등 한국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종교, 한국정치와 대화하다'를 기획했다. 이번 호에서는 고용노동부 박재완 장관을 만나 노동분야에 있어 상생과 평화의 실현을 위한 정부와 종교계의 역할과 그 방안을 물었다. 인터뷰는 1월27일 고용노동부 장관실에서 진행됐다.

- 현재 한국사회는 양극화 현상과 좌우 이념대결 등과 더불어 노동문제에서도 갈등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노사가 갈등과 대립관계에 머물지 않고 상생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노동분야에서 상생이란.

노사의 상생은 무엇보다 과거의 분배지향적이며 대립·투쟁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노사가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노사가 힘을 합쳐 더 큰 성과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노사 상생 해법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상생을 위한 나눔과 배려 등 기업 및 근로자간 다양한 차원의 상생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고 일을 통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 상생의 노사관계 및 노동환경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역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실행하고 있는 정책은.

우선 상생의 노사문화를 위해서는 근로시간면제 제도와 금년 처음 시행되는 복수노조 제도가 현장에서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노사가 힘을 합쳐 더 큰 성과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노사의 사회적 책임 실천'이 확산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자들의 고용·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각자의 능력과 여건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 신년사에서 "근무형태를 다양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이 안정되면서도 탄력적으로 일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노동유연성을,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고용안정성을 원하는데 이를 적절히 조화시킬 방법은.

앞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다. 현재 시간제 일자리는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 대비 55.5%에 불과한 점 등에서 사회보험·임금·복리후생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결국 반듯한 일자리란 차별 없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반듯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 시간제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고용환경 속에서 취업하고 기업은 인적 자원 활용에 유연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답보 수준이던 우리경제의 고용율도 높아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노동분야 또는 그 외에도 정부와 종교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노동분야는 일자리가 최고의 화두고 간절하게 원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 기업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특히 종교계 쪽에서도 도와줄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의 경우 사회적기업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을 최종적으로 져야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여력에 한계가 있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활성화 시키려 한다. 취약계층에서 고용을 늘리고 소위 사회로 환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원불교에서 지향하는 가치와도 부합하고 사회에도 공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노동분야는 양측 파트너가 있다. 노동계층이 있고 경영자가 있다. 양측이 원만하게 가족같이 지내는 사업장도 많이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파업과 같은 형태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이는 해당 기업, 지역,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 손실이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을 털어 놓고 진솔하게 대화를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많이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근로자와 경영자의 마음을 순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마음공부처럼 원불교가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원불교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충분히 확산시킬 수 있다면 산업현장에서의 갈등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서 노사관계가 차츰 안정되는 단계에는 있는데 단순히 안정된다는 것을 넘어서서 서로 상생, 즉 '상대편이 잘돼야 내가 잘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장 뿐 아니라 지역사회, 국가 전체에 기여하는 이른바 노사관계의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단계까지 나가려면 더 큰 틀에서 상대편을 너그럽게 이해해야 한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모든 것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바라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 올 한해 개인적 또는 장관으로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리 나라의 일자리가 그것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온 국민이 '내 일'(자신 일과 미래)을 갖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전 국민이 일터를 갖는 것은 불가능 하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일을 하는 상황이고, 우리 나라는 6명 남짓 일을 하고 있다. 70% 정도가 일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선진사회가 된다고 보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여성과 고령화 사회의 특성을 감안해 현재의 퇴직시기를 늦춰 50~60대 연령층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들은 가사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직장의 당당한 근로자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인구 구조상 앞으로 3~4년 간은 청년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경제가 제공하는 일자리 수준이 눈높이 안 맞는 경우가 많다. 고학력의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등 취업에 애로를 겪는 계층에 대해 충분히 지원을 하고 노력하면 10명 중 7명이 일하는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되는 것은 아니고 국가고용전략에 따라 2020년 정도까지 국민고용율을 70%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늘릴 필요도 있다. 선진국은 1/3 정도의 근로자는 요일제 또는 시간제로 근무를 한다. 우리도 조사를 해보면 여성이나 50대 중후반 이후의 연령층에서는 전일제 근무가 아니라 요일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있다. 이러한 형태의 근로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반듯하고 고용불안이 없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 원불교 교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굴곡이 있어왔지만 큰 방향으로 보면 계속 발전하고 있고 국력도 강해지고 있다. 몇년만 지금처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선진국으로 진입을 할 수 있다 자신을 하고 있다. 그것을 좀 더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투지 않고 한 마음 한 뜻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원불교에서 은혜를 생산하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공부가 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확산이 되도록 힘써줬으면 한다. 또 한 마음 한 뜻이 되고 갈등이 없는 나라, 그늘 진 곳이 없고 서로 따뜻하게 함께 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

사진 남궁명 기자 hun@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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