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활동의 보람

어느덧 10년째 원무라는 직함을 가지고 중국 동관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곳은 아직 교무가 주재하지 않기 때문에 홍콩교당 교무님이 한 달에 한 번씩 법회를 봐준다. 그리고 내가 중국에 있을 때는 일요일마다 교도들이 법당에 와서 기도도 하고 법회도 본다.

입교한 교도들은 꽤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아서 현재 법회를 보고 있는 교도는 4~5명 정도다. 그래도 신심이 뿌리내려서 기도도 잘하고, 유지비도 내고 있다. 2명은 회사 직원이고, 2명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조선족)인데 스스로 법회는 못 봐도 평상시 기도는 열심히 하고 있다.

동관시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명성궁 문덕원화 교도와 경복궁 김선의행 교도는 내가 딸처럼 정성스럽게 불공하는 인연이다. 이들의 법명도 내 이름 두 자를 각각 따서 지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들과 좋은 관계로만 인연을 맺고 지냈다. 그런데 10년 전(원기91년) 4월 원무 사령을 받고 나서는 교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났다. 우선 이들이 법회를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마침 우리 식구가 아파트로 이사하게 돼 직원 숙소 4층에 있던 생활관을 비우게 됐다. 그곳은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이라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법당으로 꾸미기에 제격이었다.

이곳에 일원상을 봉안하고 봉불식을 할 때는 국내외 교무님들이 많이 참석해 동관시의 교화발전을 기원해줬다. 굉장히 뿌듯하고 감회가 깊었다. "이곳에서도 드디어 일원상 부처님을 모시게 되었구나" 생각하니 기뻤다.

그리고 법당을 만든 것은 중국인을 교화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없을 때 혼자 중국에서 생활하는 남편이 법회를 볼 장소를 마련해 주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홍콩교당 교무님이 찾아와 법회도 봐주고 기도도 올려주니 다행이고 고맙다. 법당을 차려놓고 보니 남편이 사업하는 데에도 안심이 되고 든든한 마음이 든다. 남편이 기도를 하면 직원들도 옆에서 배우게 되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지금은 문덕원화 교도와 김선의행 교도가 성실하게 활동해 줘서 교당 밑천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나의 역할은 교역자가 발령 받을 때까지 그 법당을 지키는 것이고, 그곳 사람들을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여시키는 일이다.

사실 원무를 사령받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은 많이 달랐다. 원무를 사령받고 나서는 어떻게서든 입교한 사람들이 기도를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염원했다. 그래서 새로운 입교자가 나오면 그 사람이 자주 기거하는 곳에 초와 향료, 일원상을 모셔 가서 봉불식을 올려주고 기도를 꾸준히 하라고 당부했다. 교화 초기에는 집집마다 방문하여 일원상을 봉안하고, 초와 향이 떨어졌다고 하면 한국에서 들어갈 때 한 짐 구입해 가서 넣어주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불공을 하고 나니 법회에 나오는 4~5명의 교도들은 법회도 잘 보고 기도비, 유지비도 한국사람보다 더 성실하게 낸다. 왜냐면 이들이 하는 말이 "원불교를 다니면서 서원을 이뤘다"며 "사모님이 중국에 오면 장사가 잘 된다"고 믿어주기 때문이다. 아마 그것이 보람이지 않나 싶다. 내가 그동안 입교한 사람이 50명이 넘는데 그들은 모두 각자 처지에서 교단의 주인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중국인 두 사람은 자신이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는 인과의 이치를 철저히 알고 실행하고 있어 기쁨이 더 크다.

수원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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