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근 교무

[원불교신문=송원근 교무] 어느 여름날 전화가 울린다. "대종사님을 꿈에서 뵈었다"며 교당에 찾아오겠다고 한다. 문득 교당마다 들려오는 사기전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어느 여자분이 교당을 방문했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진짜로 꿈에 대종사를 뵙고  인터넷으로 원불교를 나름 공부하고 오신분이다. 전생에 어떤 선진이 오셨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지금은 법명을 받고 열심히 교당생활을 하고 있다.

교역생활 25년을 뒤돌아보니 반절은 훈련원에서 근무했고 나머지는 5~6급지 교당에서 생활했다. 교당생활을 하면서 우연치 않게 두 가지의 일이 꼭 생긴다. 하나는 찾아오는 인연이 꼭 생기고, 또 하나는 교당 밖 활동을 하게 되는 일이다. 영광교구 문장교당에서나 경기인천교구 의왕교당에서도 찾아오는 인연이 생겨서 신앙생활을 잘 이어가는 교도가 있다. 교역생활에 임하는 교무들이야 이렇게 찾아오는 교도들이 많겠지만, 나는 유독 첫 부임 때 이런 일들이 생긴다. 이곳 송도교당에 와서도 이렇게 찾아오는 교도가 두 분이나 있어 나름 뿌듯하다.

다른 교당에서 온 어느 교도 가족과는 교당에 같이 부임하기도 했다. 송도교당에 부임해서 첫 법회 때 교도들께 "나는 송도교당이 보통교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나름의 포부를 밝혔다. 지금 송도교당의 위치는 6급지 초창교당으로 교구 지원을 받고 있는데 법회 참석하는 교도는 스무 명을 왔다갔다 하는 형편이다. 내가 교도들에게 말한 보통교당이란 5~6급지를 넘어 4급지 교당으로 가는 것이다. 교도들도 공부에 진급을 하듯 교당도 진급을 해야 된다. 또한 남들에게 '그 교당에서 애쓰지' 하는 동정의 말을 듣지 않는 자력 갖춘 교당을 만들고 싶다.

송도교당이 위치한 곳은 상업지역이다. 드림시티라는 큰 상업건물에 속해있는데 바로 옆 건물에 지난해 12월에 다시 부활한 해양경찰청이 있다. 첫 발령을 받은 제주에서 훈련 진행과 함께 제주소년원(한길중학교) 선지도와 법회를 봤고, 함평 문장교당에 근무할때는 근처 상무대 군법회를 보면서 상무대교당을 만드는 기연이 있었다. 의왕교당에서는 우연치 않게 노인요양원 법회와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법회를 보게 됐다.

가는 곳마다 색다른 교화를 접하게 되는 우연이 겹치다보니 이곳 송도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어떤 운명인지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해체됐던 해경이 교당 바로 옆 건물에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해경건물을 지나다니면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또 다른 운명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해경에 인연 있는 분들을 찾아 교화의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해경에 관련한 인연을 아는 분들은 송도교당으로 연락주면 감사하겠다.

지난 연말에는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악기연주도 하고 중창도 하고 참 즐겁고 화목한 가족행사 같았다. 행복한 교도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전임교무가 생각났다. 어디나 그렇듯 초창기 가난한 교당을 유지해준 초대교무의 노고는 큰 고마움으로 자리한다. 그 고마움에 보은하는 것은 진급하는 교당이 되는 것이리라. 나도 지나온 교당이 발전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은 작은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당이지만 큰 가족을 이루는 교당을 꿈꾸며 교화대불공을 위해 노력하련다.

[2019년 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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