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끝까지 기억하고 지켜볼 수 있어야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4월3일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벽에 정성스럽게 만든 게시물이 하나 붙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제주 4.3 사건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게시물이었다. 4.3사건을 상징하는 빨간 동백꽃을 직접 손으로 그리고 오려 게시물에 붙이고 제주 4.3 사건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한 글 또한 직접 손으로 또박또박 적었다. 

누구나 지나가던 발을 멈추고 한번쯤은 읽어볼 수 밖에 없도록 잘 만든 게시물이었다. 나는 이 게시물을 통해 겨울에 핀 동백꽃이 기나긴 겨울을 이기고 4월에 지는데 그것이 4.3사건으로 희생된 양민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아름다운 게시물은 다름 아닌 중학생들이 자율로 활동하는 역사동아리에서 만든 것이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좋은 게시물로 나에게 꼭 알아야할 이야기를 들려준 아이들이 고마워 게시물 옆에 '좋은 게시물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초콜릿을 붙여 줬다. 

다음날 다시 게시물을 지나는데 내가 붙여준 초콜릿은 사라지고 쪽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그 쪽지에는 '초콜릿을 주신분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4.3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4.16 편지쓰기 캠페인에도 꼭 참여해주세요'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 다시 학교 벽에는 조그만 노란색 리본을 여러 개 붙여 테두리를 만든 예쁜 게시물이 붙었다. 옆에는 노란색 편지지와 펜을 꽂은 통을 비치 해 뒀다. 누구나 4.16 희생자를 추모하는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이미 10통 정도의 편지가 게시물에 붙어 있었다. 내용을 읽어 보니 중학생의 눈으로 4월16일을 보는 진솔한 마음들이 적혀 있었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게시물에 모인 편지를 유가족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마음이 예뻐 간식을 들고 동아리 모임에 찾아갔다. 간식을 전해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지도하고 있는 합창동아리에서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연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합창동아리 아이들도 4월16일에 이 곡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역사동아리와 합창동아리가 함께 이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조그만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날짜는 당연히 4월16일이고 점심시간에 음악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역사동아리에서는 편지쓰기 캠페인과 함께 이 편지쓰기의 의미와 이날을 기억하자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홍보하기로 했다. 합창동아리는 프레젠테이션 후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으로 부르기로 했고 중간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친구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모행사에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노란 리본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이 날을 생각하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의 대답은 '마음이 힘들다'였다. 그래서 뭐라도 하고 싶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먼저 나서 이날을 기억하도록 게시물을 붙이고 노래를 하고 함께 추모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하니 더욱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이들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원만하게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기로 했다.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말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4월이 되면 이 문화코드에도 도저히 다른 내용의 글은 쓸 수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 주위의 모두가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기억하고 지켜볼 수 있도록 다가오는 4월16일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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