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보응의 이치가 음양 상승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
이 이치를 아는 사람은 변화를 겪을 때 천지와 같이 심상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가 맞춤복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어머니는 평생 나누고 베풀기를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람에게도 불공하셨습니다. 복만 받아도 모자란 분인데 60대 초반에 알츠하이머를 앓았습니다. 복을 지었으니 복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도인: 일반적으로 인과(因果)는 선한 인(因)을 심으면 선한 과(果)를 받게 되고, 악한 인을 심으면 악한 과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 원상의 진리를 각(覺)하면 …중략… 인과 보응의 이치가 음양 상승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라고 말씀하셨습니다(〈정전〉 제2 교의편 제1장 일원상 제5절 일원상법어). 음양상승(陰陽相勝)은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서로 밀고 밀어 만물이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변화에 어울리는 원리입니다. 이 음양 상승의 원리를 인과 보응의 이치와 연결해주셨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천지의 일기는 어느 때에는 명랑하고 어느 때에는 음울한 것과 같이, 사람의 정신 기운도 어느 때에는 상쾌하고 어느 때에는 침울하며, 주위의 경계도 어느 때에는 순하고 어느 때에는 거슬리나니, 이것도 또한 인과의 이치에 따른 자연의 변화"라고 하셨습니다(〈대종경〉 제5 인과품 6장). 인과는 짓고 받는 원리지만 받을 때는 내가 어떤 인을 지었고 어떤 연(緣)을 만나 과(果)를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서 자연의 변화처럼 느껴집니다. 내 정신 기운이 어느 때는 상쾌하고 어느 때는 침울하고, 나에게 온 경계도 어느 때는 순하고 어느 때는 거슬리는 것이 내가 언젠가 지은 것이 나타난 것이지만 자연의 변화처럼 느껴지는 거죠.

게다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것은 깨달은 부처나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이나 다 같습니다. 부처와 중생이 다른 것은 이 이치를 알고 모름에 있을 따름입니다. "이 이치를 아는 사람은 그 변화를 겪을 때에 수양의 마음이 여여하여 천지와 같이 심상하나, 이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 변화에 마음까지 따라 흔들려서 기쁘고 슬픈 데와 괴롭고 즐거운 데에 매양 중도를 잡지 못하므로 고해가 한이 없습니다(〈대종경〉 제5 인과품 6장)." 

▷공부인: 천지와 같이 심상하다는 것은 무슨 뜻이죠?
▶지도인: '심상(尋常)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느 때는 흐리고 어느 때는 맑습니다. 흐릴 때나 맑을 때나 그 시절에 그 공부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힘들지만 시절 공부를 하는 겁니다. 아플 때는 '아플 때구나!'하고 아픈 공부를 하는 거죠. 

▷공부인: 저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더 괴로운 거였네요. 
▶지도인: 괴로우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괴로우면 괴로운 마음으로 공부하면 됩니다. "○○ 공부인의 심지는 원래 어머니가 아픈 것이 괴롭다, 괴롭지 않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어머니가 거동 못 하시는 경계를 따라 괴롭다는 분별이 있어졌구나!"하고 마음 작용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면 됩니다.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공부인이 분수에 편안하면 낙도가 되는 것은 지금 받고 있는 모든 가난과 고통이 장래에 복락으로 변하여질 것을 아는 까닭"(〈대종경〉 제4 인도품 28장)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에게 온 경계와 경계를 따라 있어진 마음 작용을 간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낙도가 되는 이유도 같습니다. 지혜는 어리석음을 먹고 자라듯 요란한 만큼, 어리석은 만큼, 그른 만큼 자성(自性)의 정(定)·혜(慧)·계(戒)의 힘이 쌓일 것을 아는 까닭입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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