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 박오진 서울교구 교의회의장

박오진 서울교구 교의회의장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교구 교의회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박오진(강남교당) 서울교구 교의회의장. 그가 인사말 대신 전한 키워드는 '교화'였다. "교단의 각 교구와 교당, 기관까지 원불교 모든 조직의 화두는 '교화'여야 한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서울교구 교화를 위해 교구 교의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서울교구 교의회의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이었고, 더 나아가 교단의 교화와 미래에 대한 절실함이 더해졌다.

"취임 후 9개월 동안 교구장님과 서울교구 내 54개 교당을 모두 순회했다. 각 교당 세정과 교화현황을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그는 서울교구 상임위원회 산하 재가 8명, 출가 8명으로 구성된 '교화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교구의 교화방침을 설계하고 실천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였다.

"사람, 미래, 혁신의 교정정책 핵심가치와 맥을 같이해 세 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교화를 위한 아젠다를 설정했다"는 그는 "장·단기 아젠다에 따라 우선 교구 내 법회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교당의 법회 식순을 통일했다"고 말했다. 설교위주의 법회에서 벗어나 재가교도들의 자발적 신앙 수행을 위한 강연과 회화 등 교당에서 훈련을 상시화하자는 본의가 실렸다.  

교구 내 교당의 전반적인 교화 상황을 이야기하는 그는 "교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직언한다. "교당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젊은 교도들이 교당에 없다는 것이 교화 현실이다. 교당 근처에 교도들이 살지 않는다. 일례로 종로교당은 종로주민이 중심이 돼야 하고, 가락교당은 가락동 주민이 교도가 돼야 한다. 교당 주변에 교도가 없다. 또한 모든 교당들에 주차장이 없거나, 협소하다.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경쟁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교당의 고령화, 교당 주변의 교도 부재, 주차장 협소 등 경쟁력 없는 교당, 이 세 가지가 우리 교단이 직면한 교화 현실임을 말하는 그. 현실을 직시할 때 교화의 실마리를 풀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그가 "지역교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소신을 이 지점에서 강조한다. 
 

교구 내 54개 교당 순회
교화 현황 파악


모든 교당 법회 식순 통일
선 도량화로 열린 교당 제안 

재가교도 교정참여는 
교단의 미래와 직결

"교화기획위원회에서 지역교화를 위해 모든 교당의 선(禪)도량화를 제안했다"는 그는 "지역주민들이 교당을 명상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선방을 개설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시로 선방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재가교도 선방장(선지도자)을 육성해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그가 다니는 강남교당에서 운영되고 있는 선방이 모두 8개, 재가교도가 선방장을 맡고 있고, 지역주민들이 자기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선방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열린 교당이 될 때 지역교화가 살아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청소년 교화의 돌파구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당 활동에서 찾는다. "지구 중심의 청소년 교화를 위해 어린이합창단을 운영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아이가 가야 어른이 온다'는 말이 있다. 물론 각 교당에서 어린이합창단을 운영하려면 지휘자와 반주자 등 여건이 쉽지 않다. 교구에서 재원을 지원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역교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그는 서울교구 어린이합창단 제반 운영을 장학재단을 통해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각 교당 형편에 맞게 지역주민을 위한 소모임이나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당을 상시 개방하고 지역민을 위한 열린 교당이 되기를 바라는 그. 지역교화에 대한 그의 간절함이 인터뷰 내내 그대로 묻어난다.

그와의 이야기가 재가출가 교도의 역할론으로 옮겨졌다. 그는 앞서 "교단의 숙원사업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화다"고 전제했다. 교단 구성원의 모든 지혜가 '교화'를 향해야 하고, 교단 정책과 예산도 '교화' 우선이어야 함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그는 '지자본위에 바탕한 합리적인 시스템'이 중요함을 언급했다. 

그는 "교단 미래를 위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시스템은 철저하게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 참여할 때 가능하다. 지자본위에 맞게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재가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재가교도의 교정참여는 곧 교단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한걸음 더 부언했다. "중요한 것은 재가출가 교도를 교단의 주인으로 만들자는 지자본위의 본의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의 주인으로서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이 재가에게도 출가와 같은 비중으로 부여되고 요구돼야 한다."

주어진 3년의 임기 동안 오직 일심으로 서울교구 전 구성원들과 함께 교화를 위한 걸음을 걸어가겠다는 그가 인터뷰 말미에 전한 말이다. "할 수 없는 일을 꾸미지도 않고, 해야 할 일을 놓치지도 않겠다."

[2019년 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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