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북한은 백두산지구 종합건설계획에 따라 삼지연시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2단계 공사를 마치고, 현재 3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에 베개봉스키장, 오른쪽에 새로 완공된 삼지연호텔이 보이고, 멀리 눈 덮인 백두산도 보인다. (사진=평화경제연구소 제공)

[원불교신문=북한은 ‘코로나19’에도 국가적 역점사업인 원산갈마관광지구의 마무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정한 4월 완공은 어렵더라도 올해 안에는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2월 조선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해 원산지구를 세계적 휴양지로 꾸리기 위한 건설전투와 운영준비를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을 인민생활에 이바지할 중요 대상으로 삼는다”라고 결정한 지 7년만이다. 


원산갈마관광지구 올해 문 연다
원산은 송도원해수욕장과 명사십리 등 원산 특유의 자연풍경과 역사유적을 자랑하는 휴양지이자 관광지다. 특히 원산지역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로 손꼽히는 곳이고, 대표적 남북협력사업이었던 금강산관광지구와도 인접해 있다. 

원산갈마관광지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백두산지역과 함께 북한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기반시설 개발에 착수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이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국제자본, 중국, 한국 등의 투자를 유치해 나선, 신의주, 금강산 등에 경제특구를 설치했지만 대북경제제재와 투자유치 부진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자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백두산관광특구와 원산갈마지구를 ‘본보기(시범)사업’으로 지정해 먼저 자체의 예산과 인력으로 인프라 건설에 착수하는 한편, 경제특구(경제개발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백두산지역에서 삼지연시를 완전히 새로 건설하고, 인근의 무봉관광특구에 중국자본을 유치하면서 전력과 철도 등 기반시설을 갖춰가고 있다. 또한 원산갈마지구는 수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부분적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하고, 갈마국제공항 건설 등 교통망을 신설하면서 마식령스키장 건설, 석왕사 복원 등을 통해 연계 관광시설을 단계적으로 마련했다. 현재 북한은 연간 30만 명 내외의 평양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백두산과 원산지구 관광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개발구법 제정해 특구 설치 허용
북한은 원산갈마지구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한다는 결정이후 2014년 5월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 공표했다. 경제개발구의 창설, 개발, 관리, 분쟁해결 등을 규정한 경제개발구법은 다른 나라의 법인, 개인과 경제조직, 해외동포가 투자하고, 기업·지사·사무소 등을 설립해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제개발구법을 통해 북한은 중앙 정부차원이 아닌 지방 정부차원에서도 경제개발구(특수경제지대)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경제개발구를 관리 소속에 따라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중앙급 경제개발구로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개발구법이 제정됨으로써 외국인 투자 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1년 11월~12월 합영법(1984년 처음 채택)을 개정한 것을 비롯해 외국인투자법, 합작법, 외국인기업법, 토지임대법 등을 시대상황에 맞게 잇달아 개정한 바 있다. 

북한은 경제개발구의 유형으로 공업개발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같은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의 개발구들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개발구에서 하부구조건설 부문과 첨단과학기술 부문,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부문의 투자를 특별히 장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앙차원의 경제특구와 지방차원의 경제개발구가 북한 전역에 걸쳐 모두 28개 지역에 설치됐다. 그중 북한이 우선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6곳의 관광전문 경제특구·개발구는 무봉국제관광특구(양강도),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강원도), 원산·금강산 국 제관광지대(강원도), 청수관광개발구(평안북도), 온성섬 관광개발구(함경북도), 신평관광개발구(황해북도) 등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북한의 구상은 분명해졌다. 우선 기존의 나선과 황금평·위화도 특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특구 외에 서해안 쪽의 신의주·남포·해주 경제특구, 동해안 쪽의 백두산·칠보산(명천지구)·원산 관광특구 등을 추가해 특성화된 경제특구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별로 경제개발구 설치와 대외무역 권한을 주어 지방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각 도별, 시·군별로 중국의 동북 3성 및 훈춘·도문 등 주요 접경도시와 경제협력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경제구상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반도 신 경제지도구상’과도 유사하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동쪽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개발한 후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를 육성하고, 서쪽으로 수도권-개성공단-남포-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같이 김정은체제 등장이후 북한은 내부적으로 계획경제의 틀을 고수하면서 사회주의경제관리를 개선하는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대외적으로 경제협력과 경제특구 확대를 통해 세계적 추세에 맞춰 대외개방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외개방과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북한이 가장 먼저 문을 연 나선경제특구 개발에 약 20년을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특구 개발이나 남북 공동개발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북한 스스로 내부 경제시스템 개혁에 속도를 내고, 국제 투자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제, 남북경제협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찾고, 안정적인 한반도평화체제가 조성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 실험
장기적으로 주목할 점은 북한이 경제특구를 통해 사실상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을 실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중앙계획경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지방분권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외자유치를 위해 경제특구에서 ‘시장경제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한국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남북경협과 개발협력을 추진하면서 북한 경제특구의 활용전략을 새롭게 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백두산과 원산갈마관광지구의 기반시설이 확충되어 서울-삼지연(백두산)공항, 서울-갈마국제공항을 잇는 직항이 개설되고, 금강산-설악산을 잇는 국제연계관광이 활성화되는 한편, 여기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경제특구 개발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이러한 남북 연계관광은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 확대와 활성화는 남북 종교교류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현재 평양에 한해 체류 외국인들에게 예배와 예불 참여의 종교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특구가 활성화 되고 남쪽과 외국인들의 상주가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회와 성당 등 종교시설의 추가 개설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제특구의 파급효과가 단순히 경제영역에 그치지 않고, 남북의 사회문화교류와 종교교류에도 파급될 수 있는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약력

ㆍ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
ㆍ서울대 국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ㆍ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전문기자
ㆍ북한대학원대학교와 국민대 겸임교수
ㆍ(사)현대사연구소 소장 역임
ㆍ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정책기획위원 
ㆍ민화협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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