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시대에 따라 종교는 사회변동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종교학자들은 종교가 사회변동의 동기를 마련해 주거나, 변동의 매개적 역할, 또는 사회가 유지 발전하도록 하는 세 가지 힘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종교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때, 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19세기 중반에 새롭게 일어났던 동학은 억압받는 민중들을 위해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기치를 내걸고 농민운동을 전개했다. 일제 강점기에 종교지도자들은 우리 민족을 위해 크고 작은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국가와 민족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종교의 독립운동, 천도교의 신문화운동, 원불교의 불교혁신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운동 등이 민중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또한, 해방 이후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군부독재에 항거해 민주화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한 것도 종교인이었다.

반면, 종교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비판받고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중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집단감염환자들의 급증과 전국적 확산의 주범으로 회자된 곳이 개신교 신흥교파인 ‘신천지’이다.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과 폐쇄성 때문이다. 감염의 위험성을 무시한 채 지속된 비밀집회는 집단감염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외부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는 비밀스러운 종교집단의 폐쇄성은 자신들의 신앙을 결속시키지만, 역사적 사례들로 볼 때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국내외에서 문제가 됐던 신앙 집단은 기독교 주류 교파에서 파생된 단체들인 경우가 많았다. 미국 개신교 주류 교단 소속이었던 짐 존스(J. Jones)의 ‘인민사원(People's Temple)’은 1978년 가이아나에서 900여 명이 집단자살극을 벌였다. 데이빗 코레쉬(D. Koresh)의 ‘다윗파(Davidians)’의 경우 1993년 텍사스 웨이코(Waco)에서 80여 명이 타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박태선 장로의 신앙촌운동을 비롯해, 1980년대 이후 오대양 사건, 영생교 사건, 휴거소동 및 아가동산 사건, 영생교회 집단분신자살 사건들이 있었다. 기독교 이외에도 수백 개의 다양한 컬트(cult)가 형성되면서 사회적으로는 큰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들이 많았다.

종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성숙한 종교적 영성은 절대적 신에 대한 신앙만이 아니라, 이웃인 ‘너’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열린 마음의 자세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종교들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라는 공통된 가치를 실천하고자 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감염병을 옮기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종교계가 대중이 모이는 종교집회를 능동적으로 금하고 있는 것도 이를 솔선하여 실천하는 모습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참 자유는 방종(放縱)을 절제하는 데에서 오고, 큰 이익은 사욕을 버리는 데에서 온다”라고 했다. 절제된 몸과 마음가짐으로 방역에 동참하여 건강한 사회가 될 때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고,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위한 욕심을 버릴 때 우리 사회 전체가 이로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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