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교도

[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지난달 말,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 세계적 스테디셀러『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란 기고문에서 “인류가 지금 세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이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는가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지금과는 달리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두 가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첫째가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강화(citizen empowerment) 사이에서의 선택이며, 두 번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Global solidarity) 사이에서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권력에 의한 개인 통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글로벌 세계 경제 속에서의 국수주의적 고립의 우매함을 지적하면서, “인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분열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연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며 세계인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19란 대위기 속에서 인류가 분열 대신 ‘글로벌 연대’를 선택할 때 “21세기의 모든 전염병에 대한 승리가 될 것”이라며 시민적 역량강화를 통한 글로벌 연대를 강조했다. 

2015년 유엔에서는 전 지구적 문제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 위해 세계시민 육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을 핵심 어젠다로 선정해 전 세계적인 보급·확산을 시도해 왔다. 국제 사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되면서 세계시민교육은 성공적으로 확산되는가 했으나, 이번 사태를 통해 각국 정부가 보여준 행동들은 세계시민과 지구촌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단행된 고립·분열 정책들과 일부에서의 인종차별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개인주의·가족주의·국가주의를 넘어 세계 대아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성취들인 하나의 지구촌, 세계시민, 그리고 인권의 개념들이 위협받고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중한 고민들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식인들이 세계주의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각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종교인들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또 다른 인류의 실패는 경제 결정론에 기반한 시장주의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백신 생산과 관련 연구 및 의료품 준비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일찍이 역사학자이자 도덕주의자인 고 리처드 헨리 토니(R. H. Tawney)는 이와 같은 ‘물욕에 병든 사회’를 경고한 바 있는데, 종교인들은 토니의 경고를 마음속에 되새겨 볼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는 인류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제 결정론’에 맞서 ‘휴머니즘’의 각성이 필요하며, 그러한 까닭에 앞으로의 종교평화운동은 물욕에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원불교의 개교의 동기이자 창립정신과도 일맥상통하므로, 코로나19 이후 교단의 종교평화운동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마음사회 운동에 있다.

/한강교당·원광대학교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20년 4월 2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