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대한민국은 2020년 세계의 중심이 됐다. 자동차 안에서 창문만 열고 검사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비롯한 ‘코로나19’에 대한 모범적인 대응에서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의 빠른 진압과 낮은 사망률은 공공의료 인프라, 높은 시민의식과 기민한 행정력이 유기적으로 소통한 결과이다.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제 선진국 시민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경제사회 패러다임과 그에 맞는 행동방식을 제안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만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먼저 움직이며 앞서 나아가야 한다(First Mover). 

일찍이 원불교는 금강산의 주인임을 천명했다. 금강산 주인으로 우리가 세계정신의 지도국과 인류도덕의 부모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방역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에서도 모범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전염병 등 재난사태에 대응할 경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추이를 살피면서 그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때 원불교 특신급 ‘공중사(公衆事)를 단독으로 처리하지 말며’라는 계문이 다가온다. 다양한 현장전문가들 즉, 환자, 의사, 간호사, 행정직, 폐기물처리, 방역업체, 지방정부, 중앙정부 등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관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함이 그 전제조건이다. 각자의 영역과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의견을 경청하면서 우선순위를 합의한다. 도로상황, 교통상황, 기후조건에 따라서 최적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제안하는 운전용 네비게이터처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시 논의해서 우선순위를 새롭게 결정해야 한다. 

정책연구에서 선진국을 따라가는 벤치마킹 방식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선진사례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국내의 적용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은 혼자 그릴 수 없다. 경제사회 환경이 매우 빠르고도 복합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택시, 자율주행, 공유플랫폼, 배달서비스, 수소 및 전기 자동차, 인공지능, 스마트그리드, 주유소, 주차장 등이 모두 연결되는 플랫폼경제 시대이다. 이렇게 공공업무를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고,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졌다.

소태산 대종사는 방언 공사를 먼저 시작했다. 식량이 부족했던 당시에 바다를 막아 농토를 만드는 간척사업으로 쌀을 생산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심(公心, public mind)이다. 공심은 공동체 전체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함께 결정한다. 평생 배우려는 자세와 태도는 공동체의 살아있는 문화가 된다. 반면에 혼자서 결정하는 습관은 내 안에서 사심(私心)을 키운다. 독재와 배제의 씨앗이 자라면서 굳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이 둘을 원불교는 자리이타(自利利他)로 묶어낸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타인에게도 이롭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선과 악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 진리이다. 원불교 정신인 자리이타, 영육쌍전, 신앙과 수행, 자타력병진, 은생어해 해생어은 새로운 시대의 화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기 위함이다. 금강산의 주인은 바로 세계 도덕 선도국의 주인이다.

우리는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정신으로 극락세계를 함께 건설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 내 안에 차별이 없는 세계이다. 내 자신, 가족, 교당, 직장, 사회, 세계 문제의 해결에서도 대중의 의견과 지혜를 구해야 한다. 금강산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강남교당

[2020년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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