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성과 내는 비법은
나부터 먼저 실천하기

김명진 교도
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어르신 말씀을 듣는 게 좋습니다.’ 직장 상사가 보낸 메일이다. 디자인 시안에서 1번이 더 좋다는 나의 의견을 이렇게 지지한다. 팀원들은 깔깔깔 웃었다. 우리 팀원은 40대 실장, 30대 팀장, 50대와 20대 신입사원이다. 50대 신입이며 중간실무자인 나는 즐거운 직장생활에 필요한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20대 동료의 의견을 따른다.’ 나는 매일 같은 공간에서 20대 동료와 함께 일한다. 최대한 20대 동료 의견을 존중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잘 표현한다. 때로는 눈웃음으로, 때로는 애매한 말투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한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서로 편하게 소통하고 있다. 

둘째,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직장상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른다.’ 두 명의 직장상사를 모신다. 일단 상사들의 의견에 따른다. 그리고 묻는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정확한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고, 기대하는 바를 말하면 답이 나온다. 다양한 세대들이 모였지만, 유연하게 상황변화에 대응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대종경 실시품 2장에 사람을 제도하는 방법이 나온다. 실상사 노승 두 사람이 참선(參禪)을 하지 않는 젊은 상좌에게 당장에 천불이 출세하여도 제도하지 못할 사람이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대종사는 젊은 상좌로 하여금 영영 참선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노승들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대종사는 사람 제도하는 법을 두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첫째, “저 바위 속에 금이 든 줄을 알았거든 내가 먼저 채굴하여 그것을 광채 있게 쓰면….” 먼저, 자신이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저 산 바위 속에 금이 있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참선이 좋은 줄 안다면 먼저 참선을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공덕이 온몸에 배어나서 광채로 나타날 것이다. 그 이유를 사람들이 물을 것이고, 그때 참선을 소개하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참선의 삼매경에 빠져 들지 않을까. 

둘째, “그 알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를 보아서 그 내역을 말하여 준다면….” 이 말씀은 ‘물어보는 사람이 알고 싶은 만큼만 설명해주어라’ 라는 가르침이다. 사람 제도하는 방법을 그 사람의 절실한 마음에서 찾은 것이다. 상대가 1을 원하면 1을 주고, 10을 원하면 10을 주는 것이다. 제자는 1정도만 알고 싶은데, 스승은 10을 알려준다. 게다가 그 이상을 실천하기 바란다. 스승이 원하는 대로 제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갈등이 증폭된다. 제자의 마음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한 스승의 어리석음이다.

대종경 법문 말씀을 받들면서 공동체 생활을 잘하는 방법 두 가지를 정리해본다. ‘먼저 실천하고, 상대의 원하는 정도를 파악해서 그 일에 대처한다.’ 지금 이 방법을 직장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상대가 원하는 정도와 그 크기를 주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변 인연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겼다. 

원불교 교도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나부터 먼저 실천해서 광채를 내며 살아간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시절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업무성과를 내는 비법이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동료의 의견을 따른다. 확신이 설 때는 먼저 스스로 빛나는 광채를 낸다. 그 비법을 물어올 때는, 그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답한다. 아직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다만, 이런 줄은 알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강남교당

[2020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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