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도 원장

[원불교신문=손흥도 원장] 한의학에서 원신지부元神之府라 한다. 곧 뇌는 신지神志의 본원인 원신지부이면서 생명활동을 주도하는 중추기관으로, 정신활동의 중심인 인체의 최고 사령부에 해당되어, 우리 몸의 시각·청각·후각·감각·사유·기억 등이 다 뇌의 작용인 것이다. 인체의 군주지관에 해당되는 심장은 신神이 들어서 정신·의식·사유 활동을 주재하므로 뇌의 기능을 심장에 예속시켰다. 이것은 뇌의 기능은 반드시 심혈心血이 길러주어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뇌腦미소는 마음속 미소 머금은 심소心笑라, 뇌가 ‘원신지부’로서 ‘마음의 집’에 해당하는 만큼 뇌 미소는 ‘마음 미소’라 할 수 있다. 뇌미소는 껄껄 웃는 박장대소나 함박웃음도 포함되지만, 오히려 일상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무시로 빙긋이 미소 짓는 어린이의 천진미소와 스승님의 자비미소, 부처님의 자비성안을 떠올린다.

단전은 심단지전心丹地田이라, 하단전은 하복부에 위치하여 상단전의 뇌와는 정·기·신精氣神으로 상응한다. 뇌는 원신지부요, 하복부 단전은 원기지해元氣之海라, 기운은 마음 따라 가는 것이니, 마음 따라 기와 혈이 움직이고, 그 기혈이 모이는 곳에 정이 생성된다. 의학계에 통용되는 Lovett반응계를 보면 뇌를 받쳐주는 경추 2, 3, 4추와 하단전과 통하는 요추 4, 5, 6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체의 특성이 그냥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긴장되면 표정도 굳어지고 상대방과 기운도 막히게 된다. 전무출신한의사로 명을 받아 처음 진료를 시작하던 시절.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져 있었던지, 당시 일요일 한남동 수도원에서 법회를 마친 후 구타원 이공주 스승님께서 말씀을 하시던 중에 “흥도는 웃으니 훨씬 좋아 보인다. 웃지 않으니 환자들이 어렵다고 하더라”하시었다. 그 이후 지금도 공부삼아 마음속으로부터 웃음을 챙기고 산다.

웃음은 최고의 명약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웃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 건강은 실제로 웃음의 양에 달려 있다”라는 말도 있다. 웃음이야 말로 최상의 행복조건이요, 건강을 위한 최고의 약이 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400번 이상 웃으며 크는데,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하루에 4~5번 웃는다는 말은 의미가 크다. 원불교 교단 초창기인 ‘불법연구회’ 시기에 오락회였던 ‘깔깔 대소회’는 얼마나 멋진 정경인가.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본적이 있는가. 인과원리가 여기에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마음으로 빙긋이 미소지어보자. 몸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느끼게 된다. 살짝 미소만 머금어도 내 몸의 생명 이슬을 머금은 60조개 정도의 세포가 동시에 활짝 열린다. 빙긋이 미소 지으면 마음이 열린다. 순간 내 몸속의 세포도 새 기운을 선물한다. 생명의 근본인 단전이 방긋 미소로 응답한다. 미소만 지어도 내 몸의 근원지인 하단전에 힘이 가고 열림을 느낀다.

빙긋이 미소 지으면 단전이 열리고, 짜증을 내면 단전이 닫힌다. 감사생활하면 단전이 열리고 원망생활하면 단전이 닫힌다. 긴장하면 표정이 굳어지는 반면, 한 마음 단전주를 하면 빙긋이 미소가 나온다. 빙긋이 미소 지으며 희망을 품고 감사생활하면 자신이 공들인 만큼 몸은 그 이상으로 반응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마음눈으로 단전을 관조한즉 얼굴에 은혜로움 가득 빙긋이 마음미소 지어진다.

‘그 홀로 있을 때를 삼가라’는 동정간 존야기 공부의 숨은 뜻이 여기에 있다. 하루일과로 심신이 지친 날 잠시 마음 멈추어 ‘빙긋이’ 뇌미소 지으며 자기 자신을 관조해보자. 순간 나는 새롭게 태어난다. 퇴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청소년들은 밝게 웃으며 마냥 즐거운 대화 나누고, 노년기 어른들은 뭐가 불만이신지 의자에 앉아서도 얼굴은 굳어있다. 이것이 내 마음 노화의 과정이고 자기건강관리의 출발이다. 나는 젊고 싶은가 늙고 싶은가. 

빙긋이 뇌미소 지으며 내게 묻는다.

/서울보화당한의원장

[마음공부섹션- 2019년 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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