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도 원장
손흥도 원장

[원불교신문=손흥도 원장] 대산종사님 법좌에 계실 때 대각개교절 날 총부 기념관 대법회 법석에서 사자후를 터트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 대산종사님은 기념법문으로 “일심정력(일심기도), 일편단심, 일단정성, 일심합력” 예화를 섞어 말씀하시며 대각의 4단계라고 강조해주셨다. 이 법문을 듣는 중 앞의 세 가지는 이해가 바로 되었다. 그런데 ‘일심합력이 대각’이라는 마지막 단계 말씀에서 탁 걸렸다.

일심합력이 대각의 4단계라? 행사를 마치고 버스로 올라오던 중 마음에 걸리던 합력의 의미를 인체를 대비해보다가, 순간 아하 하고 홀로 웃던 생각이 떠오른다. 역시 ‘합력이 대각’이었다.‘대각하면 합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소우주’라고 한다. 곧 인체에 우주 자연의 속성이 그대로 갊아 있다는 것이다. “만물이 생존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가장 존귀하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본받고, 네모난 발은 땅을 본받았다. 하늘에는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는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하였고, “하늘에서는 형체가 건乾에서 나오는데, 이에는 태역太易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가 있다. 태역은 아직 기의 변화가 나타나기 이전이고, 태초는 기가 나타난 시초이며, 태시는 형체가 나타난 시초이고, 태소는 물질의 시초이다. 형체와 기가 이미 갖추어진 뒤에 변화의 원리 따라 기혈의 순환장애가 일어나고 병이 발생하는 것이니, 사람은 태역으로부터 생기고,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고 하였다. 태太는 무아無我요 대아大我이며 진아眞我이니 절대합력의 경지이다.

인체는 정·기·신精氣神에 근거하여 장부와 경락 신경 혈관 근골 피부 등의 다양한 합작품이다. 이러한 기능이 어느 하나라도 합력하지 않으면 오장육부의 기능실조와 기혈순환의 장애가 되어 병의 원인이 되고, 그것이 깊어지면 크고 작은 병이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대략 60조 개의 크고 작은 세포로 이루어진 집합체로서 이 세포의 성장과 분열과정이 생명유지의 근간이 된다. 세포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들 세포는 수많은 수송망과 정교한 통신망이 작용하여 세포와 세포사이에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물질을 교환하면서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그중 인간의 몸에서 가장 크다는 세포는 난자(ovum)세포의 인체 내 불협화음은 임신여부를 결정짓는 중요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 몸에는 오장육부가 있다. 오장(간ㆍ심ㆍ비ㆍ폐ㆍ신장)은 음陰의 장부인데, 가득 채우려는 성질이 있다. 반면 육부(담낭ㆍ소장ㆍ위장ㆍ대장ㆍ방광ㆍ삼초)는 양陽의 장부로서 잘 비워내야 편안하다. 오장이 허해지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육부가 채워져 있으면 오히려 병이 된다. 가령 위장이 차 있으면 식체가 되고, 대장에 멈춰있으면 변비가 되고, 담낭에 담즙이 머무르면 담석증이 된다. 그래서 오장이 채워지면 육부가 비워지고, 육부를 비워내면 그 힘으로 오장이 채워진다. 인체는 장부의 상호 협력으로 비우면 채워지고, 채우면 비워지는 생명력을 가진다. 비움과 채움을 통한 건강의 원리다.

경락經絡은 인체 오장육부의 체표 반응노선이다. 인체 내 기혈순환의 반응노선 곧 마음이 가는 길이라고도 한다. 경락은 호흡 따라 기혈이 주야로 50여회 여환무단如環無端한다. 이때 기혈의 순환 과정에서 어느 한 부위라도 합력되지 않고 이상이 있으면 통증으로 반응한다. 한의학에서는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기혈이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고 한다. 몸만 그런가. 사람과 사람 사이도 이와 같다.

일심합력은 공부인의 초심이요, 대인심법이다. 대산종사님 법문에 “몸은 낮게, 마음은 넓게, 즐거움은 함께”가 공사하는 사람의 표준으로 다가온다. 

‘이목구비耳目口鼻 성리대전’이니, 사 없는 그 한마음 천지에 합한다.

/서울보화당한의원장

[마음공부섹션 5호-2019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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