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전 교무
황덕전 교무

[원불교신문=황덕전 교무]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계룡대교당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장교 한사람이 사무실로 불쑥 들어온다. 계급을 보니 대령이다. 얼른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행동에 오늘따라 유난히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 계룡대에 부임했을 때 나는 군인들의 계급이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어 계급을 빨리 알아채는 연습을 많이 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그 사람의 얼굴과 동시에 계급장도 함께 보인 것이다.

군인들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장교들의 계급에 맞는 호칭이나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이 교화하는 사람에게는 기본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던 이러한 기본을 지금은 장교들의 얼굴을 봄과 동시에 계급까지도 한눈에 들어오게 되다니…. 이러한 내 모습을 문득 깨닫고 보니 감회가 새삼스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무실에 잠깐 들르는 장교들에게 나는 ‘무슨 일로 오셨느냐’라고 묻지 않는다. 그저 “차를 한 잔 드릴 테니 잠깐 앉으세요”라고 한다. 그 잠깐의 앉음이 인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말의 고통도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 때문에 차를 대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마음이야기로 흘러가게 한다. 그러다보면 누구든지 마음속의 고충이 흘러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상담을 통해 나는 우리 교법이 얼마나 탁월한지 참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모든 괴로움, 아픔, 슬픔, 좌절감, 우울감 등의 모든 것들이 전부 마음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그 치료법 역시도 마음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공부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되는 삶의 필수 요건인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담에서 나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마음공부’라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원불교가 이 자리에 있음’을 인지시키는 것, 이것이 내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모든 인연의 시작은 만남이기에 이처럼 교당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만나고 시시때때로 찾아가서도 만난다. 또 교당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먼저 걸면서도 만난다. 이런 만남으로 그들에게 원불교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도록 하여 입교를 시키고, 교법으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 가슴 절절하게 느끼곤 한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력으로 교당에 잘 나오는 교도들이 그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인가 역시 가슴깊이 체감한다.

이곳 계룡대에는 수많은 장교들이 오고 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천불만성의 발아지요 억조창생의 개복처가 아니겠는가 싶다. 스승님들의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는 유서 깊은 이곳 신도안 땅 계룡대. 

이 유서 깊은 곳에서 미력이나마 스승님들의 염원과 경륜을 살려내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올린다. 

비록 내가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이 일이 미약하지만 교단의 자그마한 등불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기에 나는 다만 소중하고 귀한 단 한사람을 만날지라도 우리 교법으로 그의 영생길이 열리는 기연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또 염원하며 오늘도 살아간다.

/계룡대교당

[2020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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