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에 진심으로 매진하다보면
영생의 길 열어줄 수 있어

황덕전 교무

[원불교신문=황덕전 교무] 지난해 겨울이다. 법회를 마친 후 병사들이 돌아가고 텅 빈 법당을 둘러보며 가슴이 뿌듯하다. 방석들은 반듯하게 정리가 아주 잘 돼 있고, 병사들이 보고 난 『원불교교전』도 정갈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이다. 파워포인트를 위해 설치했던 노트북과 전선들 역시도 말끔하고 완벽하게 정리를 해 놓아서 따로 뒷정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이 모든 일들은 어느 한 병사가 해놓고 간 것이다. 법회가 마무리 되고 다른 병사들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면 그 병사는 혼자 부지런히 움직인다. 교무가 혹여나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기가 미리 정리를 다 해놓고 돌아간 것이다.

내가 보물과 같이 고맙게 생각하는 이 병사는 1년여 전에 입교한 병사이다. 그의 집안은 이웃종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원불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마음이 힘든 시기에 어쩌다 한번 호기심에 원불교를 찾아오게 됐는데 이때부터 깊은 인연이 시작됐다.

나와 만나기로 특별히 약속된 인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병사는 처음부터 잘 따랐다. 그래서 그가 이웃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레 입교를 권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입교를 하겠다고 했다. 그가 입교를 하고 난 뒤에는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병사들도 원불교로 인도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솔선수범으로 법회 뒷정리까지 도맡아 해왔다.

휴가를 갔다가도 목요법회 참석을 위해 일찍 복귀하는 그 병사를 보니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군대에서는 규율에 따른 단체생활로 개개인의 자유로운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병사들은 휴가를 생명처럼 여긴다. 그래서 대부분 병사들은 휴가에서 복귀하는 시간을 딱 맞춰서 들어오지 그보다 일찍 들어오는 법이 없다. 그런데 그 병사가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복귀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돌아오는 것을 보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기뻐하는 사이 그 병사에게서 갑자기 금빛 자수로 된 일원상 이름표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름표를 다시 봤더니 이름표가 법명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그 밑에는 일원상 자수까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일원상을 새겨 넣은 법명 이름표를 새로이 제작해서 달고 온 것이었다. 그 병사의 이름표에는 자신이 원불교인임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나는 원불교인이다’라고 주위에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군대이기 때문에 그는 근무처에서는 본명으로 된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원불교에 올 때는 매번 법명 이름표로 바꿔달고 온다. 나는 이러한 병사의 행동에 고마움과 보람을 느끼면서 원불교를 전혀 모르는 어느 한 사람을 우리의 대도정법 회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교화자로 살고 있음에 새삼스레 감사함을 느꼈다. 

아직 우리나라 군대에는 원불교가 미약하다. 이웃군종의 종교인들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원불교 교무를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태반인 이곳이기에 마주하는 난관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난관들조차도 참으로 감사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교화에 진심으로 매진하다보면 이 병사처럼 어느 한 사람의 일생을, 아니 영생의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계룡대교당

[2020년 4월 1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