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파리에서 간사근무를 하던 때 주차를 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자리를 지키던 중 한 백인 여성이 비키라며 자기가 주차를 하겠다고 거칠게 진입했다. 물러서지 않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욕설을 해댔던 기억이 필자의 최초에 인종차별 경험이었다. 이후 방문했던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며, 동양인이라도 어느 나라 사람인가에 따라서 태도와 표정이 달라지는 불쾌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미국의 흑인폭동사태를 남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지난달 25일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미네소타주에서 미전역의 유혈 폭동과 폭력 시위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인종차별(인종주의)은 인식하고 있거나 믿고 있는 ‘인종’을 근거로 다른 이들을 차별하는 사상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여러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의미 있다고 여기며 특정인종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배타주의라 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을 떠난 청교도들이 발견한 신대륙 국가 미국, 그러나 청교도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과 노예로 유입된 흑인들, 같은 이유로 이주했던 유색인종까지 학대하고 차별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렇듯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된 노예제도는 1862년 링컨대통령에 의해 폐지됐으나 흑인에게 선거권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등으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인정받기까지는 이 후에도 오랜 시간을 보내야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민족이라는 순혈주의가 발생시키는 타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너와 나를 가르고 나누는데 기여해왔다. 현재는 같은 민족이라는 순혈주의를 넘어 저개발국가로 인식된 나라의 사람들이라는 국가 경제력으로 그 차별의 양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언어차별 즉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우대하거나 선망하는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어능력만 기이하게 비대화되어 지식경쟁력이 약화된 채 영어를 귀족 언어로 승격해 분할과 배제를 강화해오던 지난날이 한국사회의 내부불안을 증폭시키고 사교육비와 양극화로 인해 국민다수를 천민화해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현재, 차별로 인한 폭동은 단지 미국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들라캉파뉴가 인종차별의 역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타고난 것이 아닌 그 사회문화가 만들어내는 차별병은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차별병을 소경에게 길 인도를 시켜서 대중이 함께 함정에 빠져 죽게 하는 것이라고 크게 경계했고, 반상, 적서, 노소, 남녀 차별은 세월이 오래감에 따라 많은 폐단이 생겨 앞으로는 어느 면으로든지 공중에 유익주려는 마음과 상 없이 하려는 마음이 주가 돼야 한다고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자신만을 위하는 사사로움에 바탕한 차별은 곧 공멸이다. 대 평등의 세계를 이루는 것, 이것이 원불교 탄생의 이유이자 존재의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영산선학대학교

[2020년 6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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