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보 교무
신은보 교무

[원불교신문=신은보 교무]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백수의 큰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 유독 북적거리는 코너를 가보니 맥주와 소주 등 각종 주류들이 파격세일을 하고 있었다. 삼겹살에 소주를 장바구니에 담고 ‘소박한 사치’를 부려본 어느 중년부부의 밝은 미소가 3주전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바로 이틀 후의 마트의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지 한 달, 사람들은 어디에 사용했을까? 보고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사용 용도는 농식품 구매가 36.6%로 가장 많았으며, 외식·배달 22.9%, 의료비 10.9%, 공산품 10.7%, 문화생활 7.2%, 교육비 6.1%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식료품의 구매가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가운데, 그 중 주류의 소비는 단연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였다. 

전체 주류 매출은 7.5% 증가했으며, 맥주와 소주는 물론 와인과 양주의 소비율이 성장을 주도했다. 현재의 주류소비는 2015년 경제 불황 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는 서민과 중산층에게 술 담배 외에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음을 암시했다. 경제난이 발생하면 불황으로 인한 상실감과 갈등, 심리적 부담감 등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게 되며, 경제적인 스트레스는 생존에 직결되는 만큼 극심한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게 된다. 

2019년 통계청의 자살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 미치료군, 경제문제 동반군, 문제 음주군을 세 가지 자살 유형으로 분류했다. 경제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하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의 음주섭취가 자살을 이끄는 주된 원인이자 방법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문제와 정신건강, 음주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자살을 촉발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되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되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고립과 단절로 인한 취업난과 경제난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연구자들은 코로나 블루의 장기화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살 등의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각별한 사회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복과 죄는 다 내 자신이 짓고 받나니 먼저 내 자신을 옳게 믿으며, 허공은 소리 없고 냄새도 없으나 속일 수 없고 어길 수도 없는 위력이 있나니 이 진리를 철저히 믿고 받들라. 또는 희망을 잃지 말라. 영원한 세상을 통해 볼 때에 당장에는 아무리 난경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는 여진이 있고 진보가 있으리라.” 6.25 동난을 맞았을 때 정산종사의 법문이다. 

각자의 마음 잔에 희망을 채워나갈 때 아무리 난경에 처해있어도 우리는 또한 극복할 수 있다. 진리는 속일 수도 어길 수도 없는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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