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덕 교무
이윤덕 교무

[원불교신문=이윤덕 교무] 35년이란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나 힘겹고 괴로웠지만 식민지 조국이 해방되고 그 조국 한반도가 분단된 시간은 참으로 짧기만 했다. 패망한 일본을 대신한 또 다른 강대국들의 전리품이 된 강토는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다른 선택을 강요받고 남과 북, 북과 남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후견하는 세력에 의해 계산된 갈림으로 더 멀어져만 가야 했다.

해방 후 5년이란 짧은 시간에 분단의 모순이 가져온 갈등이 최고조로 심화 됐을 때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이라 불리는 한국전쟁은, 한민족이 전쟁 후 아직껏 종전도 못하고 서로를 증오하는 주적으로 살아온 세월을 식민시대의 갑절이 되게 지나 버렸다. 2년여 전부터 찾아든 화해와 평화의 시간은 달콤했지만 말잔치로 끝나고 다시금 한반도엔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 국가가 정치외교의 자주력과 경제의 자립력 그리고 국방의 자위력이 없으면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다시금 보게 된다.

마치 공부인들이 불퇴전의 신심과 함께 자기적공 없이 중생의 삶을 청산하는 영혼과 육신이 만들어내는 요란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그름을 자유 하는 깨침을 얻어 부처로 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개성에 세워진 공동연(련)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남과 북, 북과 남의 완전한 신뢰를 쌓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14박 15일간 평양과 개성 일대, 그리고 금강산 지역과 묘향산 일대를 돌아보고 또 다른 조국이라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초청과 독일 물 재단 관련해 기획한 일, 그리고 개인적으로 꿈이기도 한 평양에 교당을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마하고 온 계기가 됐으며, 내 눈으로 조선인민들의 삶과 꿈이 반영된 생생약동하는 모습들과 산천을 보고 왔다.

우리 교단과 관련해 개성의 옛 교당 터와 김일성대학에서 원불교로 석사 학위를 받은 현직교수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뛸 듯이 기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이번엔 만나지 못하고 다음 방문 때 그 분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도 받고 왔다. 이후 많은 일이 추진되다가 코로나19와 함께 이번 일이 생겨서 10월 재방북도 힘이 들게 됐지만 빠른 시간안에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리도록 작은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북에서도 원불교가 민족혼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는 종교로 이미 알고 있었다. 남과 북, 북과 남의 사이가 다시금 성글어진다고 해 우리의 평화를 지향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진 그 무엇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보다 싸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금 전쟁과 극단의 적대적 관계로 되돌릴 수는 없다. 평화공존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그리고 자유로운 북한 방문 허용 등 자유왕래와 통신자유 유통자유와 더불어 한발 더 나아가 남과 북, 북과 남이 어느 한 곳 타국의 침략을 받을 시 자동 개입해 도와주는 조약을 맺을 것을 권고해 본다. 멀리 돌아온 힘겨운 평화의 길 이제는 힘이 들더라도 그동안 한 약속들을 서로 지켜주며 함께 어깨동무를 할 때이다.

힘들어할 때 함께 하는 것만큼 큰 신뢰는 없다. 우리 교단은 이미 성주 사드 반대 운동으로 원불교가 평화를 얼마나 지향하는 종교인가를 실천하고 있다. 이 평화의 길에 원불교의 실천행으로 개성교당복원과 평양교당 개척의 화두를 들어 “금강이 현세계하니 조선이 갱조선이라”라고 말한 원각성존 소태산 부처님의 포부와 경륜을 구체화할 것을 촉구해 본다.

 /레겐스부르크교당

[2020년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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