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도
김명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명진 교도] 60대에 접어들면서 생긴 나의 화두는 생사해탈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할 시간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생사해탈을 어떻게 준비할까? 그 한 방편으로 원불교 정전에 있는 일원상 법어를 택했다.

“○ 이 원상은 눈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 이 원상은 귀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 이 원상은 코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일원상에 눈, 귀, 코, 입, 몸, 마음을 비유하고, 같은 문장을 여섯 번 반복한다. 하나하나 낱낱이,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 말하고 먹으며,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사용할 때 일원상을 쓴다. 시시각각으로 사용하는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심(心)의 원만 구족하고 지공무사함을 깨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기준을 무엇으로 잡으면 좋을까? 나는 태교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태교에 좋은 것이면 생사해탈에도 좋을 것 같다.

태교에서 중요한 것은 ‘조심하는 마음, 좋은 것을 가려내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생활 속에서 조심스럽게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나 홀로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벽이슬과 점심 햇살 그리고 늦은 오후 노을과 함께 금강 주변을 걷는다. 넓은 하늘과 흐르는 구름들을 바라본다. 금강과 주변 산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롯하게 흠뻑 즐긴다. 

이런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가려내야 할 것들이 있다. 저녁 약속을 줄이고, 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피하고, 거절을 하지 못해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젠 흐뭇한 이야기를 듣고, 자분자분한 드라마를 보고, 차분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을 골라서 본다. 보고, 듣고, 먹는 것을 엄격하게 가려서 해야 한다. 옳은 것을 취하고, 그른 것을 버리는 작업취사 공부가 필요하다.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서로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쾌한 사람, 즐거운 사람, 속 깊은 사람과 일을 하면 행복하다.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많고 많은 세상 소식도 좋은 글 위주로 골라서 읽는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남의 불행을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은 빨리 피한다. 남의 잘못만을 주로 말하거나, 무조건 비판하는 말투를 가진 사람 또한 빨리 차단한다. 이제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나의 마음을 접는다. 사람의 성품과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가 변화하기 어렵듯이, 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도 부족하다. 태교하는 마음으로 생사해탈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의 화두는 결국 생사해탈이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변하는 심신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이생과의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고 싶다.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조심’하는 것이리라. 조심스레 걷고, 천천히 움직이고,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한다. 그 다음은 ‘가려내는’ 마음이다. 좋은 것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눈을 피한다. 일일이 가려서 보고, 듣고, 먹는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편안한 음악을 듣고,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이렇게 나의 생사해탈은 ‘안·이·비·설·신·의’와 함께 준비한다. 차곡차곡 미리 준비해서 태교하는 생(生)과 해탈하는 사(死)의 디딤돌을 놓는 일이다.

/ 강남교당

[2020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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