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지난해 동료들과 뉴욕 여행을 갔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뉴욕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다양한 공연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었다. 뉴욕은 경제,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세계의 가장 중심에 있는 도시이다. 공연문화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장을 보유하고 그에 걸맞는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고 있어 음악을 하는 나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다양한 음악공연을 미리 예매하고 감상을 위한 준비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였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젊은 지휘자이다. 그는 남미의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엘 시스테마라는 음악재단을 통해 음악가로 성장했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지역 아이들을 음악활동을 통해 구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아 많은 나라에서 차용하고 있는 음악교육 시스템이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던 그는 음악적 재능과 열정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지휘자가 됐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저명의 음악 콩쿨에서 지휘부문 수상을 하며 28살의 최연소 나이로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됐다. 

그의 지휘를 유튜브로 처음 보았을 때는 기존의 지휘자들과 달리 너무 과장된 표현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보면 볼수록 음악의 전체를 아우르며 악상을 극대화하며 오케스트라와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연주는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과의 연주이고 내가 좋아하는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이 미국으로 건너와 처음 느낀 여러 가지를 표현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고 하니 이건 마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 없었다.

공연장은 뉴욕의 클래식 공연 중심인 링컨센터였다.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과 연주를 기다리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평일 오전 시간부터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것이 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객석으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뉴욕 필하모닉을 거쳐 간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모습과 그들이 사용한 지휘봉, 직접 필기하고 표시한 악보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필하모닉 단원 한명 한명의 사진과 이름, 연주하는 악기를 벽에 전시해 뒀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과 찰스 아이브스라는 현대 작곡가의 연주가 끝나고 인터미션을 지난 뒤 드디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감상할 시간이 왔다. 관객들은 모두 숨죽이고 그의 지휘봉 끝에 모든 신경을 모았다. 1악장에서 4악장이 끝날 때까지 그는 악보 전체를 외워서 지휘했는데 음표뿐 아니라 음악을 표현하는 악상기호들 그리고 드보르작의 숨결까지 통째로 외운 듯 거침없지만 정확한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었다. 연주를 보는 내내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한음 한음 귀 기울였다. 연주가 끝나고 객석의 모든 사람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그와 필하모닉의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의 연주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2020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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