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태 교무
류성태 교무

[원불교신문=류성태 교무] 선구적 종교 개혁가들은 삶의 현장에서 구원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그것이 발단이 되어 종교개혁의 생명력으로 자리했다. 특히 기독교에 있어서 개혁적 종교인들의 출발은 교화 현장이었으며, 교화 현장에서 종교개혁의 지혜를 찾았다. 성 어거스틴에 의하면 “역사의 의미는 하나님의 도시와 세상의 도시 사이의 투쟁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라고 봤는데, 그것은 종교가 이 세상을 개혁하고 구원하기 위해 절치부심한다는 뜻이다.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볼 때 개혁성향을 지닌 통일신라시대 정토종의 구원론이 민중의 지지를 받게 됐다. 정토종이 지지를 받게 된 것은 개혁적 성향에다가 나무아미타불의 ‘염불’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불교계 가운데 대중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미륵사상이 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다음의 부처로서 신라하대 때 하생해 고통 받는 민중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미륵종은 신라의 불교로서 귀족 중심의 신라 불교계에 대한 개혁이었다. 왕생극락과 말세의 미륵불 출현이라는 구원론에 힘입어 신라시대 귀족불교에서 탈피, 민중에게 다가서는 불교로 개혁하는데 성공했다.

구한말 원불교를 창립한 소태산 대종사는 불교혁신을 통해 한국의 기성종교가 갖는 구원관을 새롭게 접근하고자 했다. 혹세무민하는 전통종교의 미신신앙을 진리신앙으로, 신통묘술의 기복신앙을 사실신앙으로, 개체신앙을 회통적 전체신앙으로 종교개혁을 실현했다. 선천시대 신앙의 구원론에서 후천시대의 새 구원관을 견지, 현실을 직시하고 도탄에 빠진 창생 구원을 염두에 두면서 신앙과 수행의 새 불교로 개혁했던 것이다.

이처럼 원불교 구원론은 전통종교의 개인중심의 기복적 신앙을 지양하면서 유불도 신앙의 개혁을 통해 물질 만능에 대한 영성함양과 사회개혁을 선도했다. 앞으로의 사회는 밝은 정신개벽의 시대인데 반해서 신비주의적 구원관에 의해 민중을 이끄는 기복신앙은 구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과 사회의 실제 현장에서 종교 신앙과 수행의 모순점이 무엇인가 찾아서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인류 구원도 가능하다. 개인의 기복적·초탈적 수양에 치닫는 신앙행위가 그동안 기성종교에서 발견됐으며, 그러한 종교는 사회 개혁과 동떨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언젠가 오도철 교정원장이  『원불교신문』의 지면을 통해 “교단 방향이 구조적 측면의 개혁보다는 개인의 신앙수행을 독려하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던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

종교의 구원론은 개인의 안심입명에 더해 모순된 사회의 개혁과 일치해야 한다. 종교가 모순 개혁에 소홀히 하는 것은 종교의 구원이라는 존립 명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한지성 원불교 전 여성회장에 의하면 “모든 종교가 체제 개혁과 인간 구원을 목표로 시작한다”라고 했다. 종교의 출발점으로서 개혁과 구원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구원론이란 전반사회의 낙원세계로 이끄는 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원불교는 개인의 초탈적·기복적 구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단·사회 공동체의 정체된 부분을 도려내는 개혁의 모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낙원세계의 새 패러다임 구축에 ‘개혁이 구원’이라는 새로운 시각이 요청되는 때이다.

 /원광대학교

[2020년 8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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