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안 교수
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며칠 전에 만난 한 후배가 요즈음에는 이상하게 매사에 의욕이 없고,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속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이 난다고 했다. 밤엔 잠도 잘 오지 않고, 식욕도 없어서 다이어트를 해도 빠지지 않던 몸무게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도 했다. 후배의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전에서는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가 아는 그 후배는 교무가 된 이후 누구보다도 열심히 쉴새 없이 달려왔다. 그 후배에겐 지금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후배 자신은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나에게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필자가 원불교정책연구소에 근무하던 원기96년, ‘전무출신복지향상을 위한 종합계획안’ 마련을 위해 전무출신을 세대별로 나눠 집단면접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부직자 교무들의 공통적인 의견 1위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꼭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 휴식이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지 벌써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주 7일 근무하는 교무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화 현장의 특성상 특정 요일을 정해서 매번 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휴식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교무들도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행복한 삶은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교무뿐 아니라 재가교도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이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속도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달하는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줬지만,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의 양도 늘었다. 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휴식을 챙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필자의 요즘 관심사는 긴 시간 동안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근무시간에는 최대한 몰입해서 일을 제대로 하고, 그 외 시간에는 생생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질의 휴식에 더 관심이 많다. 필자는 휴식을 위해 의도적으로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주말에는 가능한 스마트폰을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전화나 카톡은 상대방을 배려해 바로 응대하는 편이지만, 페이스북이나 밴드 등의 앱은 주말에는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

수시로 습관적으로 앱을 열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접하기엔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꼭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은 올해 들어 처음 계획표에 넣어 실천하고 있는데 소득이 많은 것 같다. 필자가 가장 즐기는 휴식 방법은 독서이다. 필자는 복잡한 일이 많은 날일수록 꼭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평소 즐기는 차를 한 잔 마시면 어느 때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거의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필자는 앞으로 여행을 통한 휴식 시간도 가지고 싶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활동에는 여행, 운동, 수다, 걷기, 먹기, 명상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따로 해도 행복할 수 있지만, 여행의 경우는 계획만 잘 짜면 이 모든 활동을 다 포함시킬 수도 있다. 여행이야말로 행복종합선물세트인 것이다.

휴식은 수면만큼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휴식을 제대로 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 나아가 행복한 삶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자!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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