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안 교수
김준안 교수

[원불교신문=김준안 교수] 필자는 서울의 한 교당에 가족법회 설교자로 초대받아 다녀온 적이 있다. 다녀온 지 꽤 된 지금도 필자가 그 교당의 밴드에 가입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교당과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그 교당 주임 교무는 필자를 전화로 초대한 후 바로 교당 밴드에 초대해줬고, 이후에 필자의 사진과 이력도 교당 밴드에 올려줬다. 

덕분에 필자가 교당에 가보니 교도들은 이미 필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필자도 교당 밴드에 들어가 봐서 교당 상황에 대해 조금은 알고 법회에 임할 수 있었다. 법회를 마치고 익산으로 내려오는 기차 속에서 교당 밴드에 들어가 봤더니 예상대로 법회 시간에 찍은 몇 장의 사진과 간략한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사실 이 교당 밴드에는 거의 매일 법문이나 유용한 정보 등을 담은 영상과 글이 올라온다. 물론 교당 소식과 교구 소식도 바로바로 밴드에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교도들은 대체로 일요일 법회 때나 알 수 있는 교당과 교구 소식을 주중에 미리 알 수 있다. 이 교당은 사이버 공간까지 활용해 주중에도 활발하게 교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도들 중에는 항상 교당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밴드는 알림 기능을 끄고 본인이 열어보고 싶을 때만 열어보면 되기 때문에 밴드에 가입되어 있다고 해도 불편할 일이 거의 없다. 

지금 교당에 나오는 교도들은 과거 교도들에 비해 훨씬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주중에 교당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그만큼 교화자와 교도, 교도와 교도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자칫 교당에 대한 친밀감마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런 교화 환경에서는 사이버 공간까지 적극 활용해서 교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밴드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교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필자는 교당 법회도 사이버 공간까지 활용해 다양화할 필요를 느낀다. 교화와 교육은 많은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법회 운영에 참고할만한 교육현장의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뛰어난 교사들은 ‘거꾸로 교실’을 수업에 도입해 교육적인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을 수업에 도입한 교사들은 사전에 강의를 녹화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거나,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시간에 공부할 수 있도록 미리 자료를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교실에서 들을 강의를 집에서 미리 듣고 오게 하는 것이다. 대신 수업 시간에는 이전에 집에서 숙제로 해야 했던 내용들과 연습을 필요로 하는 과정을 교실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는 수업 시간에 강의 대신 학생들의 숙제에서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교실에서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거꾸로 교실을 법회에 적용해보면, 설교는 주중에 교도들이 편한 시간에 유튜브를 통해 미리 듣고 오도록 하고, 설교시간은 문답·감정 시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당에서 문답·감정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교도들이 지도인의 감정을 받지 못한 채 상시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도들의 상시훈련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설교시간에 모든 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문답·감정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봄으로써 교도들에게 문답·감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법회의 틀을 깨는 것이 결코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대종사로부터 물려받은 ‘혁신 DNA’를 가지고 있다. 가능한 교당부터, 월 1회 법회 때만이라도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법회를 시도해 보자. 

 /원광디지털대학교

[2020년 7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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